노곤하개 11
홍끼 지음 / 비아북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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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낳고 키우기 전, 저에게도 반려동물에 대한 로망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 반려동물과 함께 키우면 정서에도 좋다는 말을 듣기도 해서 사정이 된다면 그리 해보리라! 단단히 결심도 했었죠. 하지만 그 생각은 첫째 아이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뀌게 됩니다!! 아이만 돌보기에도 제 분수에 차고 넘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내 인생에 반려 동물은 없다!' 라는 의지가 더욱 확고해졌어요. 두 아이 웅꼬 닦아주기에도 바쁜데, 반려 동물 뒷처리까지 하기에는 나라는 사람의 인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온 것이죠. 옆지기는 아이들이 잘 돌볼 것이라며 저를 설득하려 하지만, 노노. 

 

'귀엽다'는 마음만으로 반려동물 키우기를 결심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식을 확실하게 심어준 웹툰이 [노곤하개]를 제외하고 하나 더 있는데요, 사실 제가 먼저 접한 것은 후자의 웹툰이었습니다. 그림체도 귀엽고 멍멍이들도 엄청 사랑스럽게 등장해요. 보고 있으면 마음이 막, 아우, 몽글몽글하고 지금이라도 당장 멍멍이 하나 입양해서 키우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 웹툰은 멍멍이의 사랑스러움도 어필하면서 그 과정이 절대 순탄치 않다는 것을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병이 났을 때, 다른 멍멍이들과 갈등이 생겼을 때, 갑자기 키울 수 없어지는 환경이 되어버렸을 때 등등 보고 있으면 머리가 아파지는 상황들 속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이 절대 쉬운 일이 아님을 강조하죠. 

 

[노곤하개]를 보면서도 같은 기분을 느꼈어요. 특히 홍끼님은 책날개에 세 마리의 멍멍이와 세 마리의 냥이를 돌보고 있는 집사로서 반려동물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하기가 생각보다 무척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고 계세요. '누구나 될 수 있고 언제까지나 할 수 있는 랜선 집사로도 충분하다'고요. [노곤하개]는 이번 시즌으로 처음 접하는데, 작가님의 이런 글을 보니 믿음(?)이 갑니다!! 절대 쉬운 마음으로 웹툰을 그리고 있는 것이 아님을, 단순히 반려동물들의 귀여움을 어필해 인기를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는 믿음이요. 엄마 아빠가 자식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처럼, 홍끼님도 그런 마음이 아예 없을 수는 없겠지만 반려동물들과의 생활을 들여다보면 이것은 절대 쉬운 마음으로 결정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경고 또한 전해져와요. 

 

저희집 둘째는 양치질을 무척 싫어합니다. 안쪽 구석까지 꼼꼼하게 닦아야 한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저와, 입이 작은 편이라 칫솔이 저 끝까지 닿는 것을 매우 고통스러워하는 둘째. 덕분에 매일 전쟁이에요. 그런데 전 [노곤하개]를 통해 반려 동물들도 양치를 시켜줘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네요??!! 특히 고양이 양치질은 둘째와 저의 전쟁을 방불케 할 정도의 상황이었습니다. 칫솔과 치약을 꺼내면 어느 틈에 사라지는 것은 물론, 양치를 시키기 위한 노련한 몸놀림까지 익혀야 하다니, 노노!! 

 

제가 너무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한 마음가짐'을 강조하다보니 '이것은 우울한 만화인가'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또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반려동물들과 애틋하게 마음을 나누는 하루하루는 때로는 미소를, 때로는 와하하! 빵 터지는 웃음을 선사해줍니다. 하지만 저는 육아를 하고 있어서인지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이 육아만큼이나 고되다는 점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제목이 '노곤하개'인가봉가;;  홍끼님의 말씀처럼 랜선 집사의 마음으로 지켜보는 시간만큼은 즐겁고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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