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 이전의 샹그릴라
나기라 유 지음, 김선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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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맞은 만큼 누군가를 때려도 우리가 맛본 고통은 상쇄되지 않는다. 그것을 젊었을 때 이해했다면 조금 더 다른 삶을 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이해하려면 어느 정도 인생 경험이 필요해서, 이해했을 때에는 지나간 실수를 되돌아보는 처지일 때가 흔하다. 그러니 하다못해 더는 나빠지지 않도록 뒤늦게나마 막아보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부조리해도 우리에게는 그것이 성장이다.
p254

멸망을 앞에 두고서야 희망을 맛보고, 자신이 그리던 더 좋은 모습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사람들. '멸망'이라는 키워드가 있었기에 가능했을 일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것이 잘못된 뉴스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이미 그들은 소설 속 인물이 아니라 나, 혹은 내 주변의 누군가의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마지막까지 희망을 노래하는 미치코와 소중한 사람들을 꼭 껴안는 그들을 보며 어쩔 수 없이 생각해보게 된다. 멸망이 다가오기 전에 나는 무엇을 깨달을 수 있을지, 멸망이 오기 전에 지켜야 할 소중한 것은 무엇일지. 경망스러운 눈물이 아니라 묵직한 슬픔으로 가슴을 짓눌렀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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