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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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패리스의 기념비적인 데뷔작 [비하인드 도어]를 새해 첫 책으로 다시 읽게 될 줄이야!! <스튜디오 오드리> 서포터즈로 받은 세 권 중 하나인 이 작품은, 2016년 발표된 후 전 세계 40개국 언어로 번역되어 350만부가 넘게 팔린 수작입니다. 예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을 때 깊은 인상을 받아 이후 작가의 다른 책들도 열심히 읽었지만, 이 [비하인드 도어]를 뛰어넘지는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일본작가 미나토 가나에의 [고백]이 작가 본인이 극복해야 할 작품이 되어버린 것처럼, B.A.패리스에게도 [비하인드 도어]가 그런 이야기로 남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겼습니다. 

 

정원에서 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 차가 자갈이 깔린 진입로를 나간다. 오늘은 잭이 떠나도 다른 때처럼 불안하지 않다. 먹었으니까. 한번은 사흘 동안 잭이 돌아오지 않아서 욕실 비누를 먹으려 한 적도 있었다. 

p 96

 

사실 예전에 한 번 읽은 작품이니 대충, 슬렁슬렁 넘겨도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부터 다시 작품 속으로 끌려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이미 결말을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 장면 하나하나가 자아내는 긴장감과 공포로 가슴이 두근거렸어요. 내가 그레이스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미치지 않고 버텨낼 수 있었을까, 그 오랜 시간을 언젠가 탈출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으로 살아간다는 게 진정 가능한 일인가, 온갖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자신마저 의심하게 되었을지도 몰라요. 사실은 나에게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고, 남편인 잭은 그런 나를 헌신적으로 보살펴주는 사람이라고요. 하지만 그레이스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현실을 놓을 수 없었던 단 한 가지 이유는, 바로 동생 밀리 때문이었습니다. 

 

다운증후군을 안고 태어난 동생 밀리를 부모 대신 애정을 가지고 돌봐온 그레이스. 밀리까지 품어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나기를 원하지만, 그레이스에게 사랑과 결혼은 사치처럼 느껴져요. 그런 그녀에게 다가온 완벽한 남자 잭. 변호사인 그는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밀리도 함께 살자며 그레이스에게 청혼합니다. 이게 무슨 행운이야-라며 행복해하는 그레이스지만 얼마 되지 않아 잭의 본성이 드러나죠. 그는 타인의 고통을 양식으로 삼는 진정한 사이코패스. 그가 원한 사람은 그레이스가 아니라 자신이 얼마든지 공포심을 심어주고 조종할 수 있는 밀리였습니다. 자신만의 이상적인 집을 구축하며 밀리가 기숙학교에서 나와 자신과 함께 살 날만 기다리는 잭. 그 날이 다가오기 전에 그레이스는 어떻게든 잭에게서 벗어나야 합니다. 

 

와!! 이렇게 침이 꼴깍꼴깍 넘어가며 페이지도 같이 넘어가기 있기없기??!! 계속되는 탈출 시도가 실패할 때마다 그레이스가 느끼는 절망감은 곧 저의 것이 되었고, 과연 이 지옥에서 벗어날 길은 없는 것인가 마음이 다급해졌습니다. 재독이었는데도 말이에요!!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잭이 절망에 빠져 울부짖는 장면을 보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다는 것이랄까요. 마지막 장면에서 그레이스와 그녀의 이웃인 에스터가 나누는 대화는 다시 읽어도 정말 소오름! 이었습니다. 다른 사람의 아픔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따뜻한 마음 뿐만 아니라 매와 같은 날카로운 관찰력도 겸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어요. 

 

이 작품을 시작으로 '가정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를 개척한 B.A.패리스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비하인드 도어]를 제외하고는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어요. 개인적으로 느끼는 그녀의 부진을 서포터즈 도서 중 한 권인 [테라피스트]로 극복했기를 바라며, [비하인드 도어]에는 역시 엄지척! 드립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 출판사 <모모>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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