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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번지 없는 땅 ㅣ 마호로 역 시리즈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2월
평점 :
품절

야호!! <마호로 마을 여행단>의 두 번째 여행, 시작합니다!!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에서는 각 등장인물들의 소개와 사연, 다다와 교텐이 함께 지내게 된 경위 등이 그려져 있다고 한다면 [마호로 역 번지 없는 땅]은 심부름집 인물들의 주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느낌입니다. 물론 독특한 의뢰는 늘 있는 법! 심부름집을 하지 않았다면 겪지 않았을 요상한 주문은 계속되고, 그 일들을 처리해내면서 보이는 다다와 교텐의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여전하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그들이 주인공이라는 느낌이 강하지 않아요. 그렇지만 주변 인물들을 통해 비춰지는 다다와 교텐의 모습은, 어딘가 조금 더 사랑스럽고 정이 갑니다.
마호로 역을 주름잡고 있는 거친 호시의 일상도, 부모님으로부터 원하는 사랑을 받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던 유라 도련님의 색다른 모험 이야기도 좋았지만, 저는 치매에 걸린 기쿠코 할머니의 사연이 그렇게 마음에 와 닿더라고요. 잠시 정신이 돌아오신 건지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자신의 생에 단 한번 존재했던 사랑이야기를 털어놓는 모습에 가슴이 아렸습니다. 아무리 늙고 나이를 먹었어도 사랑했던 기억은 여전히 색을 잃지 않고 여전히 한 인간의 마음에 남아있다는 그 생생한 증거. 이렇게 스러져 가는 생명에 안쓰러움과 허무함을 동시에 느꼈지만, 그렇기에 더욱 아름답게 여겨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투닥투닥, 다다와 교텐의 다툼 또한 계속됩니다. 심지어 정원 청소와 버스 정류장 감시를 의뢰받은 오카 씨 댁에서조차도요. 그 와중에 교텐은 오카 씨와도 한바탕 난리를 치르는데요, '정원에서는 조수와 남편이 서로 엉켜 있고, 다다가 짐칸에서 땅으로 뛰어내려 조수 뒤에서 겨드랑이를 껴안고 말리는 참이었다'라는 장면에서 그만 와하하! 웃음이 터지고 말았어요. 마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유쾌하게 그려진 이 에피소드 사이에 오카 부인과 교텐의 추억의 한 조각이 떠오릅니다. 과거에 말도, 표정도 없었던 교텐. 그랬던 교텐이 이제는 저기에서 말도 하고 싸움도 한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을 느끼는 오카 부인입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교텐의 과거를 좀 엿볼 수 있으려나 싶었지만 아직 자세하게 드러난 건 없었어요. 다만, 독감에 걸린 부인과 아이를 돌봐달라는 의뢰를 받고 찾은 한 가정에서 보인 교텐의 극단적인 반응으로 인해 그 상처가 심각하다는 것을 예측할 수 있을 뿐이었죠. 마치 또 다른 인격이 드러난 것 같았던 교텐. 1부를 통해 부모님으로부터 학대받았다는 말은 들었지만 대체 무슨 사연을 간직한 것일까요. 듣고 싶기도 하고 듣고 싶지 않기도 한, 불편한 심정입니다.
[마호로 역 번지 없는 땅]에 담긴 에피소드들은 대체로 평온해요. 어쩐지 다다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폭풍전야 같은 기운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교텐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빨리 3부를 읽고 싶기도 하고, 그러고 싶지 않기도 한 기분. 교텐의 상처를 마주하기 위해 작은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마호로 마을 여행단> 이라는 배에서 아직 내리고 싶지 않네요!! 조금만 더 이 기분을 음미한 뒤, 3부로 고고, 해보겠습니다!
** 출판사 <은행나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