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도끼다 (10th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 - 특별 한정판
박웅현 지음 / 북하우스 / 2021년 12월
평점 :
절판



 

 

저는 '다른 사람이 소개하는 책'으로 이루어진 책을 잘 읽지 않는 편입니다. 어떤 책에 대한 감상은 개인의 몫이고, 때문에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이미 읽은 책이라면 '이 사람의 감상은 이렇구나' 생각하면 되지만, 아직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어떤 말을 듣는 것은 마치 스포일러를 본 것 같은 당황스러운 감정을 느낀 적도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베스트셀러라고 해도 '책에 관한 책'은 멀리하는 편이었는데요, 그럼에도 박웅현님의 [책은 도끼다] 10주년 리미티드 블랙 에디션은 도저히 그냥 넘기기 아쉬웠다고 할까요. 워낙 오래 전부터 유명하다는 말을 들어왔던 책이고, 책을 도끼에 비유한 점이 독특해서 읽기 시작한 인문학 강독회. 

 

저는 여느 독서가들과 비교했을 때 독서량이 평균에 미치지 못할 겁니다......대신 저는 책을 깊이 읽는 편입니다. 한 문장 한 문장을 꼭꼭 눌러 읽습니다. 

p 14

 

1년에 200권을 읽었다고 한다면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닐 겁니다. 벌써 [책은 도끼다]만 해도 250번째 책으로 리뷰가 등록되네요. 리뷰를 쓰지 않고 읽은 책도 있으니 270권 정도는 읽은 것 같은데, 요렇게 읽었다! 라고 하면 칭찬해주시는 분들이 계세요. 물론 칭찬 받으니 기분은 좋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감정이 들기도 합니다. 읽긴 읽었으나 내가 제대로 읽은 것이 맞나, 이렇게 읽은 책들 중 나의 기억에 남을 책은 과연 얼마나 될까. 쌓여가는 책들의 홍수 속에서 대충 읽은 책들도 제법 있을 겁니다. 매순간 저도 '꼭꼭 눌러' 읽고 싶지만, 코로나로 가정보육 기간이 많았던 작년과 올해 같은 상황에서는 아무리 짬을 내어 읽어도 절대적인 독서 시간이 부족했거든요. 결국 가당치 않게 속독의 방법을 실천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제 자신이 무척 부끄러워지더라고요. 

 

2022년에는 복직과 함께 어쩔 수 없이 독서의 시간이 대폭 줄어들게 될텐데, 그 생각만으로도 벌써 아쉬움에 한숨이 나오던 요즘이었어요. 무엇으로 이 아쉬움을 대체할 수 있을까 곰곰 생각하던 중, 돌아가게 된 길은 역시 '깊이 읽기' 입니다. 어차피 이 세상에 존재하는 책을 전부 읽을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한 권이라도, 이왕이면 양질의 도서를 제대로 읽자고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어떤 책을 언제, 어떻게 만나느냐도 인연이라고 생각해요. 독서의 방향이 바뀌게 된 지금, [책은 도끼다]를 이제서야 읽게 된 것도 운명일까요!!

 

한국문학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서 계시는 김훈 작가님, 사랑에 대해 깊은 통찰을 보여주었던 알랭 드 보통, 지중해의 문학,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으로 대표되는 밀란 쿤데라와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등, 어쩌면 다른 '책에 대한 책'에 비해서는 적은 수의 책들이 소개되어 있지만 그 깊이가 남다르다는 느낌입니다. 이야기의 가지가 이렇게도, 저렇게도 뻗어나가는 점이 매력 있었고, 작품들을 인용한 부분의 분량도 꽤 되어서 무척 꼼꼼하고 성실하게 책을 읽어오셨구나, 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이 작가진과 작품들 중 제가 반한 분은 판화가 이철수님입니다. 검색해보니, 세상에나!! [몽실언니] 그림을 그리신 분이기도 하네요! 저의 마음을 순식간에 빼앗가버린 글은 바로 이것입니다!!

 

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었기 때문이지

p 22

 

깊은데

마음을 열고 들으면

개가 짖어도 

법문

p27-28

 

다른 작가들에 관한 글들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 두 인용글은 제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계속 떠올랐어요. 사과가 떨어진다는 것을 만유인력이라고 밝혀낸 서양과는 달리, '때가 되었다'며 받아들이는 동양적인 사고관에 제 마음이 활짝 열린 겁니다. 게다가, 마음을 열고 들으면 개가 짖어도 법문이라니, 와, 어떻게 이런 글을 쓰실 수 있죠??!! 게다가 말로는 잘 표현할 수 없지만 이철수님이 그리신 판화에도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2022년에는 이렇게 인상적인 책들을 만나고 싶어요. 변화한 생활 속에서 어쩌면 또다른 독서의 의미가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조금 두렵기도 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책을 손에서 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 이철수님의 글이 저의 '도끼'가 된 것처럼, 또 다른 책들이 무수히 많은 도끼가 되어 저를 깨워주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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