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의 노크
케이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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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의 죽음으로 시작된 여섯 여자의 진술로 포문을 연 이 작품은 시종일관 무겁고 음습한 분위기로 진행됩니다.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고 익명으로 처리된 그녀들의 인생이 결코 행복하다고는 말할 수 없었기 때문일까요. 읽으면서도 어쩐지 자꾸 무언가를 피하고 싶은 기분에, 그 피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상태로 답답한 가슴을 쾅쾅 치면서 속 시원한 무언가를 자꾸 찾았습니다 스릴러니까 반전이 그런 역할을 해주지 않을까, 잠시나마 그런 기대를 가졌지만 웬걸요.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도 빙글빙글 돌아가는 세상 속에 내던져진 채 현기증이 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우울한 소설이었어요.

 


시간이 없다. 지체하면 진다.

신선한 먹잇감을 눈앞에서 놓칠 순 없다.

똑.똑.똑.똑.

첫 방문일 때는 노크 네 번이 적당하다.


p 235

 

 

작가님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날카롭고 촘촘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사람들의 편견 속에 살아가는 무당, 집에 들어앉아 일만 하는 사회 초보자, 죽은 남자의 애인이자 복지관 직원으로 일하는 사람,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누군가, 온몸에 문신을 새겨서 괴물이라 불리는 사람, 광신도입니다. 사실 그들의 인생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누구 하나 굉장히 불행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어요. 제가 뭐라고 타인의 행복과 불행을 감히 재단하겠습니까. 아, 몸에 문신을 새기고 머리를 짧게 깎아 광신도 306호 여성으로부터 괴물이라 불리는 305호 여성은 예외라고 할까요. 액세서리 파는 일을 하고 있지만 벌이가 좋지 않아 월세가 밀려 독촉을 받을 때가 종종 있거든요. 게다가 뒤에 밝혀지는 과거사를 들으면 이 여인에게만은 연민이 느껴졌습니다.

 

얼마 전 읽은 [뒤틀린 집] 리뷰에서 집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도 있지만, 사람이 집의 기운을 결정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라고 적은 적이 있습니다. 이 여성들이 살아가는 건물은 그 터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와요. 누군가는 죽고, 그 죽음이 일상처럼 여겨지는 곳. 그런 곳이었기 때문에 사건이 일어났던 걸까요, 그런 사람들이 모였기 때문에 그 건물에서 사건이 일어났던 걸까요. 저는 그 모든 것이 결국에는 그들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답답한 현실 속에서 자신이 목표로 한 미래를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했던 선택이, 그들을 어둠의 구덩이로 밀었던 거겠죠. 그 선택이 살아남기 위한 것이라고 하기에는, 정말 다른 길은 없었던 것인가 안타까움과 두려움이 밀려옵니다.

 

보통 스릴러 소설을 읽고 나서 반전에 반전을 만나면 속시원히 기뻐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번 작품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앞으로는 사람들의 단순한 호의조차도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될지도 몰라요! 이 작품에서 최대 수혜자가 된 그녀의 미래는, 그 물고기들로 인해 과연 반짝반짝 빛나게 될까요. 글쎄요, 세상이 그렇게 만만한 곳이었다면 애초에 그런 일이 벌어지지도 않았겠죠.

 

** 펍스테이션과  <인플루엔셜>을 통해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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