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유대인의 단단 육아 - 자립적인 아이로 키우는 부모의 말
에이나트 나단 지음, 이경아 옮김 / 윌북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수많은 육아서에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육아책에 마음이 강타당한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저자의 첫 번째 임신은 22주로 끝났고, 두 번째 임신으로 얻은 쌍둥이마저 39주째에 잃었다는 것. 유대인이 쓴 육아서, 유대인의 교육법을 소재로 한 육아서도 몇 번 읽었기에 이 책도 그리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쿠키를 먹으며 무심히 페이지를 넘기다, 그만 툭 쿠키를 떨어뜨렸다. 4년 전 가을 임신 9주째, 심장 소리를 딱 한 번 듣고 떠나보낸 아이가 생각났기 때문에. 그 아이를 생각하면 자동 반사적으로 가슴이 먹먹해지고 목이 메이면서 저절로 눈물이 흐른다. 나에게 그 아이는 죄책감과 안타까움으로 평생을 가도 잊을 수 없는 존재다.

 

그렇게 힘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얻은 다섯 아이들이니 얼마나 소중하게 느껴졌을까. 나 또한 둘째 아이를 가진 것을 알았을 때,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말자고,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 튼튼하게 자라는 것만을 기도하자고 마음먹었었다. 그는 이야기한다. 아기가 울지 않는 곳에 다녀왔기 때문에 아이들 울음소리에 진심으로 감사할 수 있는 축복을 받았다고. 아이와 고요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아이를 잃어본 사람만이 만날 수 있는 고요. 힘차게 뛰던 심장소리가 일주일만에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단 몇 초의 고요한 순간은 여전히 내 머리속에 저장되어 아직도 가끔 되살아나곤 한다.

 

그런 공감 때문이었는지 다른 육아서와는 달리 그가 하는 말이 굉장한 무게를 가지고 다가왔다.


부모라면, 타인을 통제할 능력이나 권리가 없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이해하고서 설령 실천하기 쉽지 않더라도 아이들을 통제하려 들지 않아야 한다.


 p31

 

초반에서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나를 너무나 잘 아는 듯한 문장에 또 한번 멈칫했다. 오은영 박사님이 등장하는 한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는 내가 상황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계획된 일 외의 상황이 생겼을 때 당황하거나, 한때 몸에 뱄던 강박적인 성향도 그런 상황을 통제하려는 경향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내가 아이들을 키우는 게 때때로 벅차다고, 내가 참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더 이상 아이의 머리 위에서 맴돌지 말라는 말이 가슴에 와서 콕 박혔다. 한때 '헬리콥터 양육'을 비난했던 내가 어쩌면 그런 모습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소풍 간 동안 슬프고 외로웠다고 말했더니 엄마가 눈물을 글썽거렸어요. 흘러내리지는 않았지만 눈물이 눈에 가득해서는 꾹 참는 것 같았어요. 나 때문에 엄마가 속이 상했어요.


p 41

 

이런 이야기를 아이로부터 듣는다면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나라면 아마 저 아이의 엄마처럼 눈물을 글썽거리며 안쓰러운 마음에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경고한다. 아이에게 과잉공감을 할 때마다 아이에게 짐을 지우는 것이라고. 심하면 아이가 더 이상 당신에게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으려 할 수도 있다고. 당신이 불안해하고 과잉보호를 하면 아이는 세상이 너무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 너무 깊이 빠져들지 말고 그냥 들으라고 조언한다. 생각도 못했던 구멍. 나는 공감이라고 생각했던 그 행위가 아이가 세상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말에 귓가에 뎅-종이 울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인용해서 들려주고 싶은 문장이나 말이 참 많다. 솔직히 말하자면 책의 대부분에 밑줄을 그어가며 시험공부하듯 열심히 읽었다!! 그 어떤 육아서도 내 마음을 이리 흔들어놓은 적이 없었는데, 근래 읽은 육아서 중 제일 마음에 든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이것밖에 할 말이 없다. 그저 추천한다. 아기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부모부터, 사알짝 자란 아이들을 둔 부모까지, 더 늦기 전에 어서, 냉큼, 읽어두시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