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좋은 대답을 해주고 싶어 - 아이의 어렵고 중요한 질문에 현명하게 답하는 방법 ㅣ Collect 12
베르나데트 르모완느.디안느 드 보드망 지음, 김도연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1년 11월
평점 :

아이들이 커갈수록 궁금한 것도, 이것저것 물어보는 것도 많아집니다. 그 중 첫째 아이가 요즘 가장 자주 하는 질문은 '엄마, 왜 튼풀이는 잘 안 치우고 나만 치워?'예요. 첫째 아이는 여섯 살, 둘째는 네 살. 둘이 같이 어지르며 놀아도 방 정리의 대부분은 저와 첫째 아이 몫입니다. 둘째가 전혀 치우지 않는 것은 아니에요. 어느 때는 정리의 달인처럼 아주 열심히 잘 치우는데, 또 어느 때는 나 몰라라, 안 들리는 척하기도 하죠. 아마 같이 치울 때는 느껴지지 않는 감정이, 둘째 아이가 치우지 않을 때는 울컥 솟아오르는 걸 거라고 생각해요. 그럴 때 저는 제가 더 열심히 치웁니다. '오늘은 튼풀이가 별로 치우고 싶지 않나 봐, 대신 엄마가 더 열심히 정리할게. 나중에 튼튼이가 치우기 싫은 날 게으름 피우면 그 때는 엄마랑 튼풀이가 더 열심히 치우지 뭐. 튼튼이가 네 살일 때도 엄마가 더 열심히 치웠었어. 튼풀이가 더 크면 정리도 더 잘하게 될 거니까 그 때까지는 엄마랑 같이 해줄래?'라고 타이르곤 합니다.
과연 제가 맞게 대답해주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도 첫째인만큼 아이의 마음에 피어오르고 있을 억울한 기분을 너무나 잘 알아서 어떻게 대답해줘야 하나 매번 고민이 됩니다. 차라리 지식과 관련된 질문이라면 책을 찾거나 인터넷을 검색해서 알려주면 간단할텐데, 도덕이나 윤리, 성장과 기분에 관련된 질문은 대답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좋은 대답을 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곤란했던 경험, 부모라면 모두 한 번쯤은 있을 거예요. 그래서 눈길이 갔던 책, 초등부모교육과 관련된 [좋은 대답을 해주고 싶어] 입니다. 아이의 어렵고 중요한 질문에 현명하게 답하는 방법. 그런 방법이 있다면 한 번 배워보고 싶었어요.
공감할만한 '어려운' 질문들이 참 많았습니다. 왜 아이도 집안일을 해야 하는지, 스마트폰을 보면 왜 안 되는지, 공부는 왜 꼭 해야 하는지, 규칙은 왜 꼭 지켜야 하는지. 어른인 우리가 그저 당연하게 여기고 생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아이들에게는 의문 투성이인 세상. 게다가 우리는, 열심히 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아이에게는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할지, 부자인 친구네 집을 부러워하는 아이, 거짓말을 한 아이에게는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막막할 때가 있죠. 사실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책에 실린 답변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정해져 있는 답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하지만 그 대답들을 보면서 찬찬히 제 안의 목소리와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되었다고 할까요.

어쩌면 부모인 우리의 대부분은 책에 실린 대답을 아이에게 잘 전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너무나 이상적인 대답이기 때문에 평소에 그런 말투와 내용을 전달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 있지 않다면 어려울 수도 있어요. 우리의 과제는 이 이상적인 대답을 어떻게 우리의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잘 전달할 것인가-라고 생각해요. 화내지 않고, 귀찮아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닌 질문으로 치부하지 않고요. 현명하게 대답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의 질문에 진지한 자세로 임하는 것. 그것도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 조금은 반성하면서 읽은 책이었습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동양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