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다의 키스 ㅣ 스토리콜렉터 98
아나 그루에 지음, 송경은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평점 :

'코지 미스터리'는 가볍고 편안한 추리물로, 범죄와 추리가 작은 소도시를 배경으로 이루어지며 전문 형사나 탐정이 아닌 아마추어가 사건을 해결한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드보일드와는 대척점에 있다고 해서 소프트보일드라고 불리기도 한다네요. 지금까지 제가 읽은 코지 미스터리는 주로 여성이 사건 해결의 주인공이었는데요, 아나 그루에의 <단 소메르달> 시리즈에서는 남성이 주요 역할을 맡아요. 광고업계 스타인 단 소메르달이 스트레스성 우울증으로 긴 병가를 내고 친구이자 연적이었던 플레밍 토르프의 살인사건 수사에 끼어들었던 [이름없는 여자들]. 북유럽 추리소설 [유다의 키스]는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한 단이 또 우연찮게 사건을 의뢰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세상의 모든 범죄들이 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사기'는 참으로 졸렬하고 비겁하고 치사한 범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사람의 마음에 파고들어 숨어있는 약점을 찾아내고, 그 약점을 이용해 금품을 갈취해가죠. 보이스피싱만 생각해봐도 가족이 다쳤는데 치료가 시급하니 빨리 돈을 보내라고 요구한다든가, 당신이 어떤 범죄에 연루어되어 있으니 주위 사람에게는 비밀로 하고 시키는대로 하라는 요구는 모두 누구나 가지고 있는 두려움을 이용하니까요. 그 중에서도 이번 이야기의 범인이 이용한 것은 '외로움'입니다. 나이는 들었지만 여전히 누군가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갈망을 지닌 여성들에게 접근해 몇 개월동안 그녀가 바라는 사랑을 내어주고 대가로 재산을 갈취하는 범인. 부끄러움과 주위의 비난을 염려해 경찰에 신고도 못하고 속았다는 수치심을 간직한 여인들은, 그 후로 다시 행복해질 수 있었을까요.
단 소메르달이 이 사건을 맡게 된 것은 딸 라우라 덕분이었어요. 라우라가 생활하는 기숙학교의 미술교사인 우르술라도 같은 수법에 당한 거죠. 그녀의 로또 당첨금과 저축해둔 돈 등을 모두 가져가버린 아름답지만 사악한, 사탄과도 같은 그 남자의 행방을 쫓기 시작하는 단. 그런데 이 사건이 어떤 남자의 살인 사건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로워요. 여기에 단이 플레밍과 티격태격하면서 사건을 수사해나가는 모습은 왜 이리 알콩달콩한가요! 비록 아직 우울증과 공황장애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단이기에 아내인 마리아네와 플레밍의 약간의 다정한 모습만으로도 질투의 불꽃을 터뜨리지만, 범인에 대한 호기심 하나로 좌충우돌 달려나가는 모습은 귀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계획에 누나까지 끌어들이는 것은 너무 무모하지 않았나, 이런 타입은 현실에서는 좀 위험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유다는 성경에서 예수를 배신한 제자로 유명해요. 은전 30닢에 예수를 배신하고 넘겨주지만 그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에는 목을 매고 자살한 인물입니다. 사기 사건의 범인인 제이는 (초반부터 범인의 정체가 드러나요. 그의 시각에서 이야기가 진행되기도 합니다)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 자랐고, 종교단체에 의탁해 생활했지만 우연하고 불행한 사고를 계기로 파문당합니다. 살아남기 위해 시작한 사기, 그리고 자신만의 속죄. 소올직히 범인에 대해 서사를 부여하는 것을 못마땅해하지만, 역시나 그 배경을 알게 되면 연민의 마음을 갖지 않기란 어려워요. 제이에 대한 마음도 그랬습니다. 이렇게 매력적인 아이가 다른 환경에서 자랐다면 이것보다는 나은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죄는 죄, 벌은 벌!!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죠!!

앞에서 말씀드린 코지 미스터리의 정의대로 폭력적인 장면에 대한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게, 어느 정도는 유쾌하게도 읽을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특히 마지막의 반전 아닌 반전이란!! 역시 인생에는 쓴맛이 있으면 단맛도 있는 법인가 봅니다. 어딘가 엉뚱하면서도 유쾌한 단 소메르달. 그의 다음 사건은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클럽'을 통해 <북로드>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