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네이스 1 아이네이스 1
베르길리우스 지음, 김남우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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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이아의 영웅 아이네아스가 새 나라를 건국하라는 신탁을 받은 뒤 여러 고난을 겪은 후 로마의 기초를 세우게 된다는 내용의 [아이네이스]. '아이네아스의 노래'라는 뜻의 베르길리우스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작품으로, 그가 죽기 전까지 11년간 매달렸다 전해진다. 오늘날까지 라티움어로 쓰인 가장 위대한 문학 작품으로 평가받지만, [아이네이스]의 완성을 위해 여행을 떠났던 베르길리우스가 열병에 걸려 세상을 뜨는 바람에 미완성으로 남았다.

 

쉽게 쓰인 [아이네이스]는 읽어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원문을 직접 번역한 것은 처음으로, 김남우 번역가님은 원문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우리말로 자연스럽고 선명하고 아름다워야 한다고 생각해 <18자역>이라는 방법을 사용하셨다. 그래서인지 초반은 읽는 속도가 잘 나지 않고 어렵게만 느껴져서 몇 번이나 책을 들었다놓았다 했을 정도. 아마도 이런 문체에 익숙하지 않았던 점이 가장 컸고, 또 신들의 이름이나 등장인물들의 이름 또한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해낸 방법은 나만의 리듬으로 책을 읽어나가는 것. 비록 심각한 내용의 서사시지만 일단 노래하듯이 경쾌하게(?) 한번 읽었더니 한결 수월했다. 또한 처음에는 원문과 주석을 같이 읽어나갔는데 그러다보니 더욱 혼란만 가중되어서 과감하게 주석을 포기했다. 우선 원문을 먼저 한 번 읽은 뒤에 주석 위주로 처음부터 다시 읽었더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면서 그제서야 작품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오죽하면 아이네아스의 아들이 율루스라는 것, 그의 이름을 이어받은 사람이 율리우스 카이사르라는 것을 발견하고 탄성을 질렀을까! 결국에는 '이거 너무 재미있잖아!'라는 말이 터지고야 말았으니 나름 뿌듯한 독서의 시간이었다. 

 

[아이네이스] 1권에는 원작 <아이네우스>의 1권부터 4권까지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조국 트로이아의 패망으로 아내를 잃고 아버지와 아들, 자신을 따르는 이들을 데리고 역경을 겪은 아이네아스가 디도 여왕이 다스리는 카르타고에 도착해서 그곳을 떠나기까지의 여정이다. 여왕 디도 앞에서 아이네아스가 자신의 모험을 서술하는 식으로 시작하는 1권. 이야기를 다 들은 디도는 아이네아스에게 마음을 빼앗기고 결국 광포한 사랑으로 비극적인 마지막을 맞게 된다.

 

<18자역>을 통해 전달되는 이야기들은 무척 생생하게 살아있다. 덕분에 신들의 진노, 디도의 열정적인 사랑, 디도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경위까지 날 것 그대로 접할 수 있어 읽다보면 그 격정에 나까지 사로잡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매력적인 번역. 그 휘몰아치는 2권으로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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