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관계 착취 - 인생의 주도권을 되찾아 줄 74개의 원칙
훙페이윈 지음, 홍민경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인간관계'라는 단어만 들어도 속이 아파오는 것 같다. 이미 타인의 마음이 내 마음과 같지 않고, '원만한' 인간관계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일은 여전히 어렵고 복잡하게만 느껴진다. 나의 의도는 그것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 아낀 말, 한 마디 더한 말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기도, 바로잡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6년의 육아휴직 기간이 참으로 행복하고 편안했다. 일상생활에서 맺는 관계들은 소소하지만 더할 나위 없이 충만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었으니까. 이제 다시 복직을 준비하는 지금, 업무의 힘듦보다도 나를 부담스럽게 만드는 것은 바로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이다.
저자에 의하면 착취의 핵심은 '위와 아래, 강한 세력과 약한 세력의 상대적 관계'다. 권력서열이 있는 관계일수록 착취 현상이 흔히 나타나는데, 여기에는 부모와 자녀, 사장과 직원, 부부사이까지도 포함된다. 사실 '인간관계 착취'라는 제목을 듣고 떠올린 것은 주로 남, 그러니까 가족이 아닌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갈등이었다. 혈연관계나 가족으로 묶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문제 현상들을 어찌 '착취'라는 처절한 단어로 떠올릴 수 있겠는가. 하지만 저자는 특히 친자 관계, 부모와 자녀관계에 주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는 인연으로 묶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두 아이를 키우는 입장으로서 아무래도 솔깃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저자가 처방전으로 내놓은 이야기들은 '당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당신을 낳은 사람이 절대 아니다', '당신이 어느 정도 선까지 할 수 있는지 고민하자', '내가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을 명확히 밝히고 위선적인 평화와 행복을 깨자' 같은 것들이었다. 만약 아이들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아무 준비없이 들었다면 무척 서운하고 슬프다고만 생각할 수도 있었을 말이다. 하지만 나 또한 그렇지 않았던가. 나를 잘 아는 사람은 부모님이 아니라 나라고 생각했고, 아무리 엄마여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들이 있고, 무조건 따르기에는 심정적이고 상황적으로 곤란한 경우도 있었으니까. '내가 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아니다, 아이가 나에게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적어도 '착취'라는 말을 쓸만한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다.
가족관계에 있어서의 착취 뿐만 아니라 대인관계 면에서 드러나는 착취 문제도 물론 다루어져 있다. 직장 안에서의 착취, 연인 관계에서의 착취. 이런 저런 문제들을 다루면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역시나 '자존감'으로,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착취의 문제는 결국 '불완전한 자아'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자존감인데 이런 자존감이 부족하면 결국 문제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일단 나를 들여다보자.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사람을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나는 그렇게 되기 위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어렵고 진부할지라도 결국 착취의 구렁텅이에서 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신밖에 없다.
** 출판사 <미래지향>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