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트 - 왜 혐오의 역사는 반복될까
최인철 외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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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의 역사'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홀로코스트'다. 고려대학교 사학과 교수인 최호근 교수님에 따르면 홀로코스트는 어느 날 갑자기 벌어진 사건이 아니었다. 1932년 12월 총선에서 44%의 표를 주어 히틀러가 이끌던 나치당을 제1당으로 만든 것은 독일 국민들이다. 나치 패망 후 많은 국민들이 '어쩔 수 없었다, 총칼 앞에 두려웠다'며 책임을 회피하려 했지만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었다. 히틀러는 분명 광신주의적인 면이 있기는 했으나, 그의 자신의 정치 방향을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행동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었던 것이다. 자신의 행동에 국민들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동조하는 것을 발견했을 때, 바로 그 지점에서 더욱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유대인에 대한 잔혹한 행동들은 이미 많이 알려져 있지만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새로운 사실에는 더 경악할 수밖에 없다. 유대인이나 집시만 학살했을 뿐 아니라 '안락사 프로그램'을 통해 독일인들의 자녀이자 부모였던 장애인들이 5개의 시설에 수용됐고 학대를 당하다 굶어 죽었다고 전해진다. 혐오스럽다, 다르다, 미개하다, 부족하다-라는 판단이 들면 모두 죽였고, 그 수는 1100만명에 달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잔인하게 죽어간 비극적인 사건의 뒤에는 혐오와 차별이라는 감정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바야흐로 '혐오의 시대'다. 인종과 여성,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속되어 왔고,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가 패닉에 빠진 지금 그 강도는 더 심해지는 느낌이다. 변화를 위한 석학들의 통찰. 혐오의 인류사를 되짚어보면서 어떤 이유로 혐오의 역사가 시작되었는지, 변화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다. 혐오의 기원, 역사 속 혐오의 증거, 혐오에 맞서는 용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돌아볼 수 있다.

 

여러 석학들의 내용 중 단어 하나에 충격을 받았는데, 그것은 바로 '공감'이었다. 혐오의 시대에 공감 말고 무엇이 더 필요하겠나 생각했지만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님은 '아니다'라고 이야기한다. 공감은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감정을 그 사람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느껴보려고 하는 것'이지만, 이 때 문제가 되는 것은 '남'을 누구로 규정할 것인가라는 문제다. 나와 우리는 누구이고, 타인은 누구인가. 공감 자체는 좋은 것이지만 공감할 수 있는 타인이 내가 속한 집단에만 국한되게 되면 오히려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내집단이 아닌 사람들을 혐오하고 차별하고 무관심해지는 것. 공감의 개념과 사용법(?) 정확히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현상에 대해 알고 모르는 것, 그리고 개인이 어떤 행동을 취해야할 지 생각해보는 것-아무 의미 없이 보일지라도 우리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이런 사유는 매우 중요하다. 어른인 우리야 상관없다고 해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사회를 생각하면 하나라도 허투루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어떻게 아이들에게 사랑과 공감을 가르칠 것인가. 이 의문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읽기 시작한 책. 더 멋진 인간, 더 성장하는 사회가 되기 위한 발걸음으로 시작해도 좋을 책이다.

 

** 북카페 '책과 콩나무' 를 통해 <마로니에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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