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란 무엇일까요. [토니오 크뢰거]를 읽다보니 새삼 예술하는 사람들은 저처럼 평범한 사람과는 다른 장소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의 다른 장소가 아니라 머리속 다른 장소요. 같은 것을 보고 들어도 각자 느끼는 감상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예술가들은 좀 더 다른 것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요? 토니오 크뢰거가 일생 괴로웠던 이유는, 바로 그렇게 혼자서만 다른 세계에 존재했고, 그런 그의 세계를 완벽히 이해할 수 있는 타인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일 겁니다.
토니오라는 남방적인 이름과 크뢰거라는 북방적인 성이 혼합된 그의 세계는 어쩌면 그가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창조되어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엄격하고 주도면밀한 아버지에 비해 아버지가 지도의 저 아래쪽에서 데려왔기 때문인지 정열적이고 태평해보이기까지 한 어머니. 서로 섞이지 못하고 물에 뜬 기름처럼 대조적인 두 사람의 영향 아래 자란 토니오는 매우 섬세한 아이였어요. 타인의 애정을 느끼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다른 사람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을 인식하면서 '자신은 왜 이런 것일까' 늘 고민합니다. 그가 문학과 예술에 빠져든 것은 어쩌면 필연적이었을지도요.
현실과 예술, 두 세상을 결합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면 토니오에게는 최상의 결과였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늘 방황해요. 완전히 현실에 섞여들지도, 그렇다고 온 마음을 다해 예술 세계에 녹아들지도 못하죠. 자신이 가지지 못한 매력을 지닌 한스 한젠을 끊임없이 동경하고, 그의 사랑을 갈구하고, 오만하지만 햇살처럼 빛이 나는 잉에에게 빠져듭니다. 그럴수록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은 더 부각될 뿐이예요. 어쩌면 도망치듯 빠져들었을 예술의 세계. 그 안에서도 그는 여전히 혼란스럽습니다. 현실의 것을 동경하지만 그 원하는 것은 예술의 세계에서도 손에 잡힐 듯 말듯 해요. 그리고 설사 손에 넣는다해도 그것이 완벽히 자신이 원했던 것이 아닌 이상 만족하기란 어려울 테지요.
토니오 크뢰거의 고뇌가 생생히 녹아있는 이 [토니오 크뢰거]는 토마스 만의 가장 자서전적인 작품으로 여겨진다고 합니다. 그 어느 쪽도 버리지 못하고 결국 두 세계의 경계에서 살아가기로 결심한 토니오 크뢰거처럼, 토마스 만 자신도 그렇게 괴로워했고 결국 자신만의 답을 찾아낸 거겠죠. 꼭 한 세계에서만 살아야 한다는 법은 없으니까요. 저는 예술가들의 세상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오히려 현실과 예술을 양립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대단하다 여겨집니다. 조화 속에서 피어오를 창조. 저는 그 결과물이 특히 기대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