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스토리콜렉터 97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김윤수 옮김 / 북로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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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 우후. 우후후후후. 어디선가 정말 부스지마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승진이나 명예에는 관심도 없고 목표는 오로지 범인을 검거하는 것. 그 중에서도 부스지마의 장기는 '말로 사람의 진을 뺀다'는 점이다. 미소 지으면서 자못 친절해보이는 인상으로 살살 시작하다가 자그마한 허점이라도 보이면 그 틈을 절대 놓치지 않고 날카롭게 파고든다. 상사나 부하가 뭐라고 하든 상관없이 말 그대로 독고다이. 덕분에 그를 아랫사람으로 둔 아소의 고충은 날로 깊어지고, 미래가 촉망되는 이누카이 하야토의 얼굴은 해쓱해진다.

 

총 다섯 편의 사건이 실린 [형사 부스지마 최후의 사건].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교수'라는 존재다. 마치 안개처럼, 혹은 사신처럼 자신의 모습은 직접 드러내지 않고 사람들의 마음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를 감지해 감정이 증폭되도록 돕는다. '교수'를 만나지 않았다면 그저 그런 약간의 부정적인 마음을 간직한 채 평범하게 일상생활을 유지했을 사람들. 일그러진 자아상과 좌절, 절망, 시기와 질투 등이 악마의 입김으로 한데 뭉쳐 결국 괴물을 만들어냈다. 자신의 손에는 피 한방울 묻히지 않은 채 타인이 타인을 괴롭히고 죽이는 것을 바라보며 즐거워하는 '교수'. 그런 인간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는 부스지마의 독설이 범인을 향해 쏟아진다.

 

실제로 부스지마 같은 인물을 만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사실 요즘 나카야마 시치리 작품을 꽤 많이 읽었으나 크게 '이거다!'하는 느낌을 받았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적었던 듯 하다. 초반 시치리 월드에 빠져들 때 만났던 인물들-미코시마 레이지, 와타베 경부 등-에 비해 최근 등장한 이누카이 하야토는 조금 밋밋한 인상을 받기도 했고. 그런데 이 부스지마라는 캐릭터에는 아주 그냥 흠뻑 빠져버렸다. 매 에피소드마다 이번에는 어떤 독설로 범인을 쓰러뜨릴 것인가 하는 기대감에 한편 한편 이야기가 끝나가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비호감 말투와 경박해보이는 웃음소리, 안하무인의 이 형사는 얼핏 가벼워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교수'와 맞닥뜨리고 자신이 만들어낸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을 보자니, 이만큼 책임감 있는 사람을 현실에서 만나기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손에 피 한방울 묻히지 않은 채 타인의 불행을 보면서 즐거워하던 범인을 비슷한 방법으로 처단한 부스지마의 결정에 살짝 감동. 뒤이은 그의 행보는 역시, 작가??!! 너무나 짧은 만남이 끝난 것에 대한 아쉬움은 아직 읽지 않은 [작가 형사 부스지마] 로 달래야겠다. 아직 이 책을 읽지 않은 것에 나 칭찬해. 우후. 우후. 우후후후후후.

 

**네이버 독서카페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북로드>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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