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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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를 먹는다는 소문을 듣고 단도와 권총으로 무장해 한 가정을 습격한 마을 사람들. 그들은 '선한 신'의 권능을 행사하기 위해 그 집으로 몰려가 문을 부수고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든 생명을 끝장내버린다. 자신들이 사랑하고 존경하는 신성한 어머니 소를 죽이면 어떤 결과를 맞게 되는지 가르침을 주었다 여긴 그들이 발견한 것은 작은 아이스박스 속 닭 한 마리.

 

 


그런데 소고기는 어디 있어?


p290

 

 

지반이 겪은 일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받고 싶어서 다소 선동적인 글을 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지반. 하지만 이미 그녀는 테러리스트에게 세뇌당해 정부를 비판하고 급기야 얼마 전 일어난 기차 방화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순식간에 감옥에 들어가 있다. 아무리 자신은 평범한 직장인이라고, 기차에 불이 났던 그 시각에는 히즈라(트렌스 여성)인 러블리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러 가던 길이었다고, 들고 있던 꾸러미는 영어책이라고 주장해도 그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없다. 용기내어 털어놓은 자신의 인생은 '테러리스트'로 거듭난 그녀의 모습에 한층 신빙성을 더하는 이야기로 둔갑해버렸다. 소문으로 인해 목숨을 잃어야 했던 한 가정과, 역시 막연한 추정으로 테러리스트로 몰린 지반. 그 속에서 사람들은 정말 소고기를 찾을 수 있었을까.

 

여기에 배우를 꿈꾸는 러블리와 한때 지반을 가르쳤던 체육 교사가 등장한다. 지반에게 영어를 배우던 러블리는 왜 아무도 지반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느냐며, 지반의 어머니에게 기꺼이 자신이 증언하겠다고 나섰다. 한때 지반을 멘티로 생각했으나 생계를 위해 학교를 떠나야했던 지반의 속사정도 모른 채 배신당했다고 생각한 체육 교사는, 텔레비전에서 지반을 발견하고 그녀가 자신의 제자였던 어느 한 때를 생각한다. 이쯤되면 기대하기 마련이다. 둘 중 하나는 그래도 지반을 위해 나서주겠지. 자신이 추종하는 당을 위해 거짓 증언을 하고 돌아다니는 체육 교사라도, 제자였던 지반을 놓지는 않겠지. 순수한 러블리니 지반을 도와줄거야.

 

작가는 독자에게 가차없이 현실을 들이민다. 부패와 타락, 계급 상승의 욕구를 지닌 사회에서 타인의 인정을 기대한 쪽이 잘못이라는 듯이. 이쯤되면 되돌아볼 수밖에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소문인가, 진실인가, 진실의 탈을 쓴 거짓인가. 우리는 소문을 듣고 몰려가는 마을 사람인가, 습격당한 남자 혹은 지반인가. 그도 아니면 러블리, 혹은 체육 교사인가. 나의 삶을 지배하는 것은 또 무엇인가.

 

짧고 단순한 문장 속에 삼라만상이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다. 덤덤하게 읽었는데 마음과 머리가 모두 시끌시끌하다.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결국 마지막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그 선택의 순간, 지키고 싶은 것, 잃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들이 우리의 삶의 모습을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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