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른의 유괴마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3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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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계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그에 따른 백신접종으로 뜨겁다. 매체에서는 연일 코로나 백신을 맞고 사망한 사람들의 기사를 다루고, 유가족들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어떻게 백신과 연관이 없을 수 있냐며 청원글을 올린다. 2차 접종까지 완료했고 항체가 생긴다는 14일을 넘겼지만, 나 또한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백신 접종 뒤에 한달 뒤에도, 두달 뒤에도 사망했다는 사람들의 기사를 본 탓이다. 마치 몸 속에 시한폭탄을 안고 살아가는 기분. 2차 때 무척 고생을 한 내 모습을 지켜본 까닭인지, 옆지기는 백신 예약 뒤에도 여전히 고민에 빠져 있다. 백신 맞고 자기 잘못되면 어떻게 하냐며 하루는 백신을 맞지 않겠다고 했다가, 하루는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지시사항을 알려주기 바쁘다.

 

신기하게도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이번 작품 주제는 백신이다. 2013년 일본에서 일어났던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당연히 맞아야 하는 줄 알았던 백신 접종이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그 부작용에 눈감으려하는 제약회사와 의사협회, 정부관료들의 파렴치한 행태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 백신 부작용을 쉬쉬하려는 무리들에 대해 날카로운 시각이 더욱 눈에 띄는 이유는, 중학교 1학년 때 자궁경부암 백신을 맞은 딸에게 부작용이 나타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 본인의 경험이 녹아들어있기 때문인지 피해 여학생들과 그 가족의 아픔이 한층 더 생생하게 전달되는 듯한 기분이다.

 

이누카이 하야토가 등장하는 세 번째 시리즈. [살인마 잭의 고백]과 [일곱 색의 독] 을 잇는 [하멜른의 유괴마]에서는 자궁경부암 백신과 관련된 여학생들을 차례로 유괴하는 범행이 시작된다. 여학생들이 사라진 자리에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가 그려진 그림엽서가 발견되었는데,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는 독일의 하멜른이라는 도시에 전해지던 민간설화를 그림 형제가 동화책으로 펴낸 이야기다.

 

쥐로 인한 피해에 시달리던 도시에 퇴치자를 자처하는 남자가 나타나 도시 사람들과 쥐 퇴치 계약을 맺고, 피리로 유인해 쥐떼를 강으로 유인해 모두 빠뜨려 죽인다. 하지만 주민들은 약속한 보수를 지불하지 않고 이에 화가 난 남자는 피리를 불어 마을 아이들 130명을 유인해 동굴로 몰아넣은 뒤 동굴 안에서 입구를 막아버렸다고 한다. 마치 그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하기로 하는 것처럼, 순식간에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버린 소녀들. 대체 범인이 노리는 것은 무엇인가.

 

자궁경부암 백신 부작용이 나타난 소녀들을 바라보니, 마치 내 자식을 보는 것마냥 마음이 아프다. 접종열만 올라도 밤을 지새우는 것이 부모 마음이거늘, 멀쩡하던 자식이 하루아침에 기억을 잃어가고 사지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 심정이 오죽할까. 딸 사야카가 투병하고 있기 때문인지 '얼굴 값 못하는 이누카이'는 이번에는 아버지의 심정으로 수사에 착수한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과 대화하는 것은 쉽지 않고, 그런 그의 부족한 면을 보충해주는 것은 역시 형사로서의 뛰어난 감각과 능력이다.

 

부작용에 대해 알고 있었으면서도 감추려고만 하는 무리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욱 분노했던 누군가. 작가가 그린 일본의 풍경은 비단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특히 어린 소녀들의 미래를 담보로 잡은 상황에서. 답답함에 가슴이 콱 막히는 듯한 기분이다. 코로나 백신도 문제가 있다면 하루 빨리 접종을 중단하고 더 나은 길을 모색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미 피해를 당한 사람이 너무 많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사람은 너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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