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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란스러운 세상 속 둘만을 위한 책 - 혼자가 좋은 내가 둘이 되어 살아가는 법 ㅣ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7월
평점 :
마침내 제이슨과 결혼이라는 결실을 맺은 데비!!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결혼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을요. 내향적인 성향이 강하다 못해 강박적이고 예민하며, 무엇보다 혼자 있는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데비가 과연 어떤 결혼생활을 이루어낼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제이슨이 있잖아요.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에서 이미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 제이슨이었기 때문에 그리 큰 걱정은 하지 않았는데요, 결혼생활 중 소소한 다툼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니까요. 자, 그럼 그들의 생활을 쪼오큼만 들여다보기로 할까요!
책을 시작하기 전에 '날 사랑하고 지지해주며, 완벽한 차를 타주는 동반자 제이슨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 라고 적힌 문구를 보는데 왜 제가 울컥한 거죠. 사랑과 지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또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사랑과 지지라는 가면을 쓰고 비판과 조롱을 멈추지 않기도 하거든요. 세상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데비에게 이 '사랑과 지지'가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기에 순간 그만 눈물이 났습니다. 이 문장 하나가,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보다 더 강력한 힘을 내뿜고 있었어요.
아무래도 결혼생활 7년차에 접어들다보니 공감가는 내용도 많고 부러운 점도 있고, 웃음 나는 에피소드도 있었어요. 남편이라는 말이 입에 붙지 않아서 '남자친구'라는 단어가 불쑥불쑥 튀어나오곤 했던 결혼 초기의 어색함을 저도 기억합니다. 그런데 지출 예산을 짜는 데비, 이렇게 부러울 수 있나요??!! '책에 대한 지출'은 무제한이라고 설정해놓았지만, 과연 아기가 생기면 어떨지. 저도 신혼 초기에는 읽고 싶은 책 부담없이 그냥 샀던 것 같은데 아이들을 낳고 키우면서 아이들 책을 사느라 제 책을 구매하는 비율이 줄었거든요.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각자의 일을 하다가 저녁에야 만나 함께 저녁을 먹는 이들의 풍경, 매우 안정되고 평화로워 보입니다. 저희는 평화로운 저녁 식사를 들기보다는 평화로운 야식을 먹어요! 아이들 둘 재우고 가끔 먹는 야식의 맛이란, 천상의 맛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언제나 듬직해 보이던 제이슨에게도 약점이 있었네요! 엄청 큰 벌레가 들어왔다면서 데비를 부르는 제이슨! 이것만은 옆지기와 똑 닮았네요. 옆지기는 한 몸집 하는데도 불구하고 벌레가 나타나면 저를 부르느라 아주 난리가 납니다. 별 수 있나요. 옆에서 아이들도 같이 소리를 지르니 엄마가 나설 수 밖에요!
제가 웃음이 아주 빵 터진 에피소드가 둘 있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밖에서 점심으로 햄버거를 먹은 제이슨을 데비가 추궁하는 장면이었어요. 이렇게 맛있는 것을 어떻게 혼자 먹을 수 있냐며 제이슨의 목을 조르는(?) 데비의 모습에 제가 겹쳐 보였거든요. 늘 집밥을 먹고, 특히 저녁은 곰돌이들 식단에 따라갈 수밖에 없는 저로서는 옆지기가 특식이라도 먹은 날에는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라고요!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그리 억울한지. 흐흐흐흐. 다른 하나는 치킨 너겟을 사왔다는 제이슨의 말에, 잠시 토라져 있던 데비가 화를 푸는 모습이었어요. 역시 상대의 마음을 풀어주는 데는 그 사람이 원하는 일을 해주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에피소드는 정말 대반전이었어요! 임신 사실을 알고 눈물을 흘리는 데비와 그런 그녀를 포근히 감싸주는 제이슨. 데비의 눈물에는 기쁨도, 앞으로의 삶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담겨 있었던 거겠죠. 이제 둘이 아니라 셋이 함께 꾸며갈 일상과 책 이야기. 혼자 있기를 좋아했던 데비가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하면서 둘이 되고 이제 셋이 된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동적입니다. 아기와 함께 하는 데비와 제이슨의 모습도 꼭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