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 혼자가 좋은 나를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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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더 좋아하고, 약속이 있는 것보다 아무 계획도 없는 주말을 선호하며, 책과 차 한잔이라면 그 시간이 충만하다고 느끼는 데비 텅. 그녀가 쓴 책을 보면 꼭 저를 보는 것 같아서 이상하게 가슴이 뭉클합니다. 그녀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떤 스트레스를 받는지 잘 알기 때문이예요. 누구나 자신만의 가면이 존재하지만 그 가면을 쓰는 것조차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 타인과 만날 약속을 잡아도, 가령 5시 약속이라면 3시부터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3시부터 부담감을 느끼는 사람들이요. 제가 바로 그런 사람입니다. 마음을 완전히 놓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닌 이상,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부 보여줄 수 없는 상황에서는 배터리가 방전되는 사람. 혼자 있는 시간에 배터리가 충전되는 그런 사람.

 

그런 저와 데비 텅에게 한 권의 책은 그야말로 최고의 친구이자 완벽한 계획입니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페이지를 펼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고, 타인의 반응을 신경쓰지 않고 편안하고 자유로울 수 있거든요. 그런 데비가 제이슨을 만나다니 얼마나 행운입니까! 데비와는 달리 외향적인 제이슨이지만 그는 데비의 성향을 아주 잘 이해해주는 사람으로 등장해요. 함께 있는 공간에서 서로 다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내향형인 사람에게는 아주 멋진 캐릭터죠. 데비와 함께 대화를 하다가도 데비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 자신도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고, 뭔가 주의를 환기할 것이 필요하면 책 읽는 데비를 두고 홀로 커피를 사와 몰두하는 데비에게 내미는 연인이라니, 정말 너무 멋지지 않습니까! 심지어 결혼할 때 데비를 위한 책장을 미리 준비해두다니, 정말 완벽해요!!

 

데비는 MBTI 검사에서 INFJ 라는 말을 들어요. 외향형, 직관형, 감정형, 판단형인 사람이죠. 아주 드문 성격으로 전체 인구의 1퍼센트 미만에 해당한다고 하는데, 데비는 이 결과를 듣고 '자신 같은 인간은 '멸종 위기''라는 생각에 금새 또 시무룩 해집니다. 과몰입, 낯가림, 내향성, 지나치게 예민함, 강박적인 걱정과 불안. 초반에는 불안함을 느끼는 데비지만, 오히려 자신에 대해 분석하고 더 잘 알게 되면서 평온함을 느낍니다.

 

그런 데비와 스스로도 내향형의 인간으로 인지하는 저를 '은둔자'라고 보면, 그것은 또 곤란한 일입니다. 다만 바깥에 신경을 쓰는 것보다 자신과 자신의 마음 속, 사랑하는 가족으로 주의를 돌리는 경향이 짙다고 할까요. 한때는 저도 그런 저의 성향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누군가들을 만나고 상처를 받은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나의 이런 모습을 그저 인정하고, 인정하는 저를 옆지기도 인정하는 편이고, 무엇보다 저와 성향이 비슷한 첫째 아이를 키우면서 오히려 저의 이런 내향적인 성향에 감사하게 되었어요. 제가 내향적이지 않았다면, 첫째 아이를 이해하지 못했을테니까요. 이 얼마나 감사하고 다행한 일인지요.

 


 

 

책에 대한 애정을 고백하면서 시작된 이 책은 자신을 긍정하는 데서 비롯되는 행복을 오롯이 즐기는 데비의 모습으로 멋지게 완성됩니다. '집에 있지만 집에 가고 싶은' 내향인들이여,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읽을 수 있는 책이 아직도 이렇게 많이 있고, 그런 당신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그 누군가가 분명 곁에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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