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 - 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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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도 할 수 없는 어느 순간부터 책은 항상 제 옆에 있었습니다. 부모님이 사주신 전래동화 전집과 위인전 등으로 한쪽 벽이 꽉 채워져 있었던 어린 시절의 내 작은 책장. 아마도 그것이 시작이었겠죠. 쉬는 시간에도 책을 보고, 심지어 수업 시간조차 책 내용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아 교과서 밑에 몰래 숨겨놓고 책을 읽던 학창시절. 그런데 그 때도 지금만큼은 읽지 않았던 것 같아요. 누군가가 보기에는 책 읽을 짬이 조금도 나지 않을 것만 같은 요즘, 저는 더욱더 책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왜 책을 읽는가, 무엇이 나로 하여금 책을 펼치게 하는가. 오랫동안 그 답을 찾아오고 있고, 몇몇 책에서는 그 단서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가장 단순하고 큰 이유는 '재미있으니까' 가 아닐까요. 책을 읽는 것이 재미있지 않았다면, 게으르고 귀차니즘에 푹 빠져 있는 제가 이리 오랜 시간 지속할 리 없을테니까요.

 

 

데비 텅의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은 '책덕후가 책을 사랑하는 법'이라는 부제에 알맞게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공감할만한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날이 좋아도, 날이 좋지 않아도 책덕후들에게는 그 모든 날이 책을 읽기에 안성맞춤인 날들이죠. 외출할 때 읽을 책을 챙기는 것은 기본이고, 문제는 어떤 책을 가져가야 할 지 고민하느라 준비 시간의 대부분을 써버린다는 것?! 그 고민이 해결되어 한 권으로 끝나면 좋지만, 책덕후들 대부분은 아마 두 세권은 챙길 겁니다. 저도 그렇거든요. 들고 나간 한 권을 다 읽게 되면 어쩝니까! 예비로 한 권 더 챙기고, 두 번째로 선택한 책이 생각보다 재미가 없을 경우를 생각해 만약의 한 권을 더 챙기고. 이러다보면 가방이 소지품보다 책으로 가득차는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었어요.

 

 

책이 도착하면 일단 하는 일은 책냄새부터 맡기! 그 깔끔하고(?) 매혹적인 냄새라니! 제가 아이들 냄새 다음으로 사랑하는 냄새예요. 다 읽은 책도 바로 책장에 꽂는 일은 없습니다. 마음을 강타당한 책은 가슴에도 한 번 품어보았다가, 책 표지를 쓰다듬어도 봤다가, 아련한 눈길로 한번씩 더 쳐다봐주어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상상은 언젠가 꽉 채워진 인터넷 서점의 장바구니가 한 방에 싹 비워지는 것이고, 같은 책이지만 리커버로 특별하게 재출간된 책을 또 사는 것은 책덕후의 기본입니다. 이런 책덕후에게 책을 빌려달라는 말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 저는 상대가 누구인가에 따라 그냥 책을 선물해버립니다!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지극히(?) 이성적이고 의심이 많은 나지만, 누군가 책 한 권 사준다고 하면 졸랑졸랑 따라가게 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요. 책덕후들에게 호감도가 높은 사람은 책 이야기를 하는 사람입니다. 읽었든 읽지 않았든 책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매력포인트죠! 서점에 같이 가보자, 가서 책 이야기도 같이 하고 원한다면 좋아하는 책을 한 권 선물해주겠다-라는 말을 듣는다면, 약간 의심은 하더라도 그 의심의 장벽을 살짝 낮춘 채로, 멀리 떨어져 걷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따라가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제 옆지기는 책을 잘 안 읽는다는 것이 반전.

 

 

책은 제가 힘들고 긴 터널을 통과하고 있을 때 가장 큰 위로를 건네 준 친구였어요. 재미있는 책 한 권 읽었으니 힘내자, 이것만 하면 재미있는 책을 읽을 수 있어! 라며 스스로를 다독이게 해주었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가급적 책을 읽지 않고 아이들에게 집중해요. 그래도, 아이들을 사랑하고 함께 보내는 시간도 무척 소중하지만, 저에게 책이라는 위안이 없었다면 아마 저의 정체성은 산산이 부서져버렸을 거예요. 책을 읽고 리뷰를 남기면서 스스로에게 느끼는 충만감. 누군가가 제 글을 읽고 공감해준다면 더할 나위 없지만, 저는 저의 시간이 충실히 채워지고 있다는 감각 자체만으로도 참 행복합니다.

 

 

책장만 열면 바로 다른 세계로 떠날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입니까. 누구나 할 수 있는 간단한 마법. 이 즐거움을 저의 아이들도 알게 되면 참 좋겠다 생각해봅니다. 아이들이 자라면 같은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올까요? 상상만으로도 너무 즐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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