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범인
쇼다 간 지음, 홍미화 옮김 / 청미래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세상의 모든 부모는 아이를 얻으면서 가장 강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약한 존재가 된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죽음도 불사할 정도로 못할 것이 없어지지만(물론 법과 도의의 테두리 안에서), 혹시라도 아이를 잃을 지 몰라 늘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살게 되는 것이다. 다른 부모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소소한 걱정이 많았던 나는, 아이들이 태어나면서부터 그 소소한 걱정들이 사라져버렸다. 대신 그 빈자리는 아이들에 대한 염려로 채워졌다. 혹시라도 어디가 아프면 어쩌나, 친구들과는 잘 지내고 있나, 유치원에서 밥은 잘 먹나. 그 중에는 물론 상상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상황들도 포함되어 있다.

 

 

첫째 아이가 네 살, 어린이집에 다닐 때였다. 한창 친구들과 노는 즐거움을 알아가던 아이는 어린이집이 끝나면 놀이터에서 친구들을 만나 노는 것이 낙이었다. 덕분에 나는 둘째를 낳고 나서도 아기를 친정엄마에게 부탁한 후 함께 놀이터를 누벼야 했었다. 그런데 잠깐, 정말로 잠깐 눈을 뗀 것 같은데 첫째 아이가 보이지 않는 거다. 순간 온몸을 휘감는 불안함과 땅밑이 꺼지는 듯한 감각이란. 놀이터 바로 옆에 사는 친구 집에 잠시 다녀온 아이를 향해 '엄마에게 말도 안하고 그렇게 가면 어쩌냐'고 소리를 지르며 엉덩이를 때렸다. 놀라고 민망했던지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품에 안고 나도 같이 눈물을 흘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아이의 이른 죽음도 크나큰 고통이겠지만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 옆에서 웃고 있던 아이가, 잘 놀고 있던 아이가 사라져버린다는 건 정말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돌아오지 않는 아이를 그리워하며 오랜 시간을 그 아이를 찾아 헤매고 있을 부모들의 심정을 생각하면, 유괴범들은 극형에 처해야 마땅하다. 내 아이가 살아는 있는지, 어디서 학대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설마 벌써 세상을 떠나 어디에나 함부로 묻혀 있는 것은 아닌지,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남은 삶 내내 지옥에서 살아야 하는 부모들을 생각한다면 부디 아이들을 돌려보내 주기를 바란다. 나중에 죽어 더한 지옥의 불구덩이에서 고통받고 싶지 않다면.

 

 

이 리뷰가 유괴범들을 향한 일종의 저주글(?)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아이는 세상에서 보호받아야 마땅한 존재다. 그런 아이들 중 하나가 사라졌다가 시신으로 나타났다.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오랫동안 지체되어온 사건 해결. 경찰 고위 간부의 체면을 위해 다시 재개된 수사지만 발로 뛰는 경찰들을 최선을 다한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야 하니까. 범인을 잡아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하니까. 아이를 죽음으로 몰아간 그 진범인을!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은, 실로 슬프고 가슴 아픈 것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추리소설을 읽으면서 내 자신을 더 돌아보게 된다. 나는 아이에게 얼마나 충실한가. 이 아이는 내가 엄마인 것이 행복할까. 나는 얼마나 완벽한 엄마라고 아이에게 무언가를 요구하나. 태어날 때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소원했던 과거의 나는 여전히 여기 존재하나. 아이가 필요로 할 때까지는 아이를 위해서 살 것이다. 내 자신도 중요하지만, '엄마'라는 이름도 나의 일부분이므로. 아이들이 나에게 와준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새삼 깨달으며 밝혀진 진실로 인해 쓰린 속을 가만가만 달래본다.

 

 

**출판사 <청미래>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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