듄 신장판 2 - 듄의 메시아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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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본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물론 사랑하는 사람의 생과 죽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퀴사츠 해더락으로서 존재하는 폴을 지켜보자니, 나는 억만금을 줘도 특별한 사람은 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에게도 욕심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책욕심 말고는 크게 욕망하는 것도 없고, 워낙에 소소한 행복을 중시하는 성향이다보니 폴 무앗딥 같은 삶을 살라고 한다면 나에게 그것은 저주가 될 것이라는 것만 알겠다. 1권부터 언급된 폴의 '끔찍한 목적'이 정해진 그 시간선에서 내려와 평범한 삶을 누리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면, 무엇이 끔찍한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 퀴사츠 해더락이기 때문에 자신만을 위한 삶을 산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인 것인가.

 

 

폴이 아라키스를 수중에 넣고 황제와 대면한 지 어느 새 12년. 그를 신처럼 떠받드는 자들이 있는가 하면, 그를 몰아내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세력도 존재한다. 그 거대한 음모의 중심인물은 아마도 '골라'로 되살아난 던컨 아이다호. 폴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아이다호를 멘타트로 되살려 다시 그의 곁에 둔 적들이 노리는 것은 폴의 '방심'일까. 폴이 볼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아무리 적들이 계략을 꾸며도 모든 것은 폴의 머리속에 들어 있다. 고통스러운 것들 중 가장 덜 고통스러운 것을 선택해야 하는 계산까지도.

 

 

2권 시작부터 시간을 훌쩍 뛰어넘은 데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암시로 가득 차 있는 탓에 처음부터 작품에 몰입하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급물살을 탄 후반부를 단숨에 읽고나서 생각하니, 모든 것은 전부 그의 선택을 위한 디딤돌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주위에서 아무리 발버둥을 치고 난리법석을 떨어도 절대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으로 자신의 고통까지 선택할 수 있는 남자. 선택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사막 속으로 들어갈 수 있는 남자. 그가 바로 퀴사츠 해더락이고, 그것이 퀴사츠 해더락으로서의 운명이었다는 것을.

 

 

이제 겨우 2권이 끝났을 뿐인데 이런 마무리라니, 앞으로의 세상을 작가는 무엇으로 채워놓았을까. 생각지도 못한 전개로 인해 많은 이야기를 전달하기에는 조심스럽다. 단 하나 분명한 것은 이 [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독자라면 쉽게 발을 떼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미 이 아라키스에 흔적을 남겼으니, 우리는 이제 끝까지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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