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소위 '님비 현상'은 죽음 및 죽음을 위한 시설을 대상으로 해서도 말썽을 빚고 있다. 신체부자유자나 고아들을 위한 사회 시설에 대해서조차 님비 현상이 야기될 때, 이미 우리 사회는 인간사회이기를 포기한 것이나 진배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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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역을 철거하고 싶은 욕망은 죽음 자체를 기피하고 싶어하는 욕망과 직결된다. 죽음에 대한 혐오감이 묘역에 대한 혐오감으로 번진 것이다. 초상집에 갔다가 묻어오는 살을 '상문살'이라고 하는데 이런 말이 생겨난 것만 보아도 우리 사회가 죽음을 얼마나 부정적인 것으로 여기고 있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