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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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라 워터스의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은 박찬욱 감독이 영화화 한 [핑거스미스]. 영화의 분위기가 어쩐지 기괴하면서도 몽환적인 부분이 있어 책을 읽는 동안 줄곧 영화 속 이미지가 머리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었는데, 역시 소설은 영화보다 인물의 내면 묘사도 섬세하고 플롯에서도 탄탄함이 느껴진다. 이번 작품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은 '여성의 자유를 향한 갈망'이었다.

 

 

영화에서도 그렇고 소설의 초입에서도 그렇고 주인공은 '수'라고 불리는 수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젠틀먼과 계획한 음모의 중심에 수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완독을 하고보니 진정한 주인공은 수가 아니라 바로 모드 릴리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빅토리아 시대, 남성들에게 억압당하며 자신이 원하는 이상향을 제대로 실현할 수 없었던 다른 많은 여성들처럼 모드의 처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신병을 앓았던 어머니가 자신을 낳고 사망한 뒤 줄곧 삼촌의 손에 키워진 모드는, 오직 삼촌의 계획과 통제 아래 숨쉴 수 있었던 인물이다. '독특한' 책을 만드는 것에 집착하고, 모드에게 여성으로서 충분히 수치심을 느낄만한 행동을 요구하며 집 안 깊숙이에 파묻혀 살았던 삼촌. 그 삼촌 때문에 모드의 인생도 그렇게 생매장당하고 있었다.

 

 

그런 모드를 유혹해 일확천금을 노리던 젠틀먼과 수, 그리고 그 일당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수는 점차 모드에게 연민과 사랑을 느끼면서 자신들의 계획을 실행하는 것을 망설이게 된다. 전해지는 마음, 애틋한 떨림, 은밀한 접촉. 하지만 결국 수는 '자신의 욕망'에 굴복해 모드를 버렸고, 모드 또한 '자유를 향한 갈망'으로 수를 외면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진실. 충격적인 진실 앞에서 이제 모드는 삼촌과 살았던 저택보다 더한 지옥 속에 있다!

 


 

영화의 결말에 해당하는 부분이 1부의 마지막 즈음으로 등장해서 - 작가님, 이야기를 어떻게 끌고 가려고 이러시나- 했더니 연달아 등장하는 반전에 책을 들고 누워 있다 벌떡 일어났다. 진심으로 놀라서 침이 꼴깍 넘어가고 페이지를 앞뒤로 넘겨보기를 몇 번. 누군가가 읽기에는 다소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는 진행 과정이지만 작가가 묻어놓은 폭탄에 깜짝 놀랐다. 모든 것은 누구를 위함이었던가. 사악한 영혼에도 애정은 존재하는가.

 

 

바로 앞에 읽은 [끌림]이 밋밋한 느낌이 있었던 데 반해 [핑거스미스]는 그보다 훨씬 역동적(?)인 분위기라고 할까. 모드의 격렬한 내면과 상황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실력도 탁월하고, 특히 그 시대 정신병원의 실체를 반영하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병을 고치기 위해 전기치료를 한다거나 간호사들의 학대는 지옥이 따로 없음을 보여주고 있는 듯 했다.

 

 

첫 번째 반전을 맞이하고 나서도 결코 안심할 수 없었던 이야기.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도 결코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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