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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신장판 1
프랭크 허버트 지음, 김승욱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평점 :
이 소설이 이리도 대단한 작품이었던가. 유명하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책 표지에 적힌 화려한 수식어들에 이야기를 읽기도 전부터 얼이 빠진다. 1965년 네뷸러 상, 1966년 휴고 상,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SG,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 100선, <스타워즈>에서 <왕좌의 게임>까지 수많은 작품에 영향을 끼친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SF, 전 세계 2천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작품. SF에 대해 잘은 모르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스타워즈>와 <왕좌의 게임>. 그것을 뛰어넘는 위대한 작품이라니, 과연 이 책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새옷을 입고 총 6권으로 구성된 <듄 신장판> 시리즈 중 1권인 [듄]은 '듄'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 아라키스를 배경으로, 황제의 음모에 의해 아버지를 잃은 폴 아트레이데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잃을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떠났던 여정. 대모의 예언에 의해 아버지의 죽음을 이미 예감하고 있었지만 그 과정을 지켜보기란 가슴 아픈 일이었다. 베네 게세리트라는 신비한 존재인 어머니 레이디 제시카와 함께 아라키스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던 폴은 프레멘 무리에 섞여들면서 '폴 무앗딥'이라는 예언자로 거듭 태어난다. 음모와 전투와 복수의 대서사시!! 여기에 거대한 모래벌레에 대한 묘사는 한층 긴장감을 높인다!
부록까지 하면 총 940페이지의 두께를 자랑하는 1권이지만 초반 등장하는 생소한 용어들에 익숙해지고 나면 페이지가 순식간에 넘어간다. 아버지를 잃고 작게는 복수를, 크게는 광신도들에 의한 지하드를 막기 위해 프레멘들의 지도자로 거듭나는 폴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대리만족의 기쁨을 느꼈다. 처음부터 범상치 않은 존재로 각인된 이 소년이 과연 어떤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위대한 '퀴사츠 해더락'이 될 지, 이미 대단한 존재가 되어버린 그의 앞길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 지 기대감과 흥분으로 가슴이 두근거린다.
이 방대한 서사가 그려내는 세계에 푹 빠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오직 하나, <듄>의 세상에서만 사용되는 용어들에 대한 해석이 책의 맨 뒤에 실려 있다는 점이다! 문맥상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들도 있었지만 그 중에는 꼭 확인하지 않으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있었고, 성격상 하나라도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책을 읽는 중간중간 뒤를 확인하고 앞으로 다시 돌아가는 과정은 매우 힘들고 복잡했다. 이 용어들만 별책으로 구성하면 이 시리즈의 품격이 더 높아졌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른 작품들이었다면 이야기의 완전한 결말에 해당되었을지도 모를 1권의 마지막. 하지만 폴 무앗딥의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남아 있는 이야기의 세계 속에서 작가와 폴이 나에게 무엇을 보여줄 지, 유명세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켜줄만한 엄청난 요소들이 아직 남아 있을지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