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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비행기 안에서 누군가가 나의 옆구리를 찔러온다. 의문을 느끼며 몸을 움직이는 순간, 옆에 앉은 남자에게서 들려오는 나직한 목소리. 이건 총이야, 움직이면 쏠거야. 몸은 얼음처럼 얼어붙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어쩔 줄 몰라하는 데 우연히 옆에 앉은 남자친구 데릭이 자리를 바꾸기를 원하면서 상황이 끝난다. 비행기가 착륙한 후에야 데릭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털어놓는 윌라. 하지만 데릭은 무슨 총이었냐고 물어볼 뿐 별일 없이 넘어갔으니 다행이라고만 대꾸한다. 동생은 그런 일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느냐며 화를 내지만, 윌라 또한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가족들과의 대화도 마무리 짓는다.
생각해보면 윌라의 삶은 늘 수동적이었다. 쉽게 화를 내는 엄마의 눈치도 봐야했고 비행기 안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서도 한 마디 말도 못한채 잊어버려야만 했다. 결혼을 결정하는 과정은 또 어떻고. 자세한 언급은 되어 있지 않지만 데릭과의 결혼 생활이 어땠을지도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그래도 의지하던 데릭이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후 나는 윌라가 자신만의 삶을 찾아 즐겁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데릭이 죽은 10년 후 그녀의 곁에는 또 다른 남자가 자리잡아 그녀의 행동을 좌우하는 것처럼 보인다. 데면데면한 아들들과의 뜸한 연락. 물처럼 흘러가는 그저 그런 시간 속에서 윌라는 한통의 전화로 뜻밖의 상황을 맞이하는데!!
평생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본 적 없던 윌라는 어떤 운명에 이끌리듯 한 소녀를 만날 결심을 했다. 비록 방해없는 결정이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윌라는 마침내 갇혀 있던 세상을 뚫고 나온 기분이 든다.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생활. 멀리 떨어져 자신들의 삶에 바쁜 아들들보다 훨씬 낫다! 그런데 이 생활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간다? 그것도 왕고집쟁이 할아범 곁으로?! 난생처음 일탈을 감행하는 윌라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은 하고 싶지 않다. 걱정만 하기에는 이미 그녀는 할머니이고, 이 세상에서 보낼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앞으로가 뭐가 중요한가! 지금을 즐겨야지!
큰 사건 없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소설이지만 어쩐지 귀엽고 사랑스럽다. 책을 읽는 동안 윌라의 행동에 따뜻함과 애정을 느꼈다. 마지막 그녀의 행동에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앞으로 어떻게든 될 것이다. 가능성에는 한계가 없는 법이니까. 우리의 삶도 그럴 것이다. 한계가 없는 인생. 모두 오늘만을 위한 춤을 추자!
**출판사 <미래지향>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