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허밍버드 클래식 M 6
브램 스토커 지음, 김하나 옮김 / 허밍버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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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뱀파이어라는 매력적인 세계로 안내한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영화 <드라큘라>였다. 젊고 멋진 조너선 파커가 주인공인 줄 알았는데, 그는 단지 드라큘라의 존재를 부각시키기 위한 존재였을 뿐 진정한 주인공은 드라큘라였다는 것을 영화가 끝난 후에야 알았다. 조너선이 백작의 성에 도착했을 때 마주한, 빨간 입술에 하얀 얼굴의 백작의 모습은 여전히 공포스럽고 잊혀지지 않지만 무엇보다 나를 이끌었던 것은 드라큘라 백작의 '순애보'였다. 조너선의 약혼녀 미나로 환생한 백작의 아내. 신에게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르면서까지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절규하는 가슴 절절한 연정.

 

 

하지만 그것은 영화만의 설정이었나. 원작을 제대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기대했던 로맨틱한 설정은 소설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소설 속에서의 드라큘라 백작은 흡혈행위를 통해 자신과 똑같은 존재를 만들어내는 데 혈안이 된 악의 화신처럼 등장한다. 게다가 박쥐로 변신하거나 때로는 안개의 모습으로, 어느 때는 티끌 같은 존재로 모습을 바꿔 루시를 죽음으로 내모는 장면들은 신기술에 익숙한 독자에게는 굉장히 단순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시 고전소설의 매력은 이런 클래식함과 고전적인 요소라고 할까. 비록 기대했던 로맨틱한 설정이 없어 아쉽기는 했지만 그 클래식함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드라큘라]의 또 하나의 매력이라면 역시 기괴함과 공포, 으스스함이다. 조너선이 백작의 성에 가기 전부터 암시되는 불안의 징후들은 성에 도착하고나서도 계속된다. 백작과 조너선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 사람들, 백작이 풍기는 악취와 음산한 눈길, 거울에는 비치지 않는 백작의 모습, 백작이 만들어낸 흡혈귀 여인들을 목격하고 공포와 광기에 사로잡힌 조너선의 모습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두려움을 자아낸다. 게다가 아무리 악에 빠진 여인의 영혼을 구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해도 가슴에 말뚝을 박아넣는다거나 머리를 자르고 입에 마늘을 넣는 과정 묘사 또한 '으아~'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들 정도였다.

 


 

이 모든 과정을 앞장서서 주도해 나가는 인물은 바로 '반 헬싱'이다. 역시 영화로 만났던 반 헬싱 교수. 이 작품에서 이렇게 마주하게 될 줄 몰라서 처음 등장했을 때 무척 반가웠는데, 공포와 두려움을 무릅쓰고 사람들을 설득해 드라큘라 백작을 심판하는 일에 앞장서게 된다. 여기에 강인하고 단호한 여인 윌헬미나와 처음에는 제정신을 잃었다가 굳건한 의지로 반 헬싱 교수와 함께하는 조너선, 루시의 약혼녀인 아서와 반 헬싱의 제자이자 루시를 사랑했던 정신과 의사 수어드 박사, 루시의 또다른 구혼자였던 퀸시까지 합세한 전투가 시작된다.

 

 

작품이 발표된 이후 영화와 드라마, 뮤지컬 등으로 다양하게 선보여왔던 [드라큘라]. 원작을 제대로 읽어본만큼 앞으로 다른 매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드라큘라 백작의 모습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서늘한 매력을 발산하는 드라큘라의 유혹이 오래오래 계속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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