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기타 사건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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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이야기를 좋아했다. 재미있는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 오싹한 이야기, 그리고 괴담. 들을 때도 무섭고 듣고나면 자꾸 생각나서 밤잠도 제대로 못이뤘으면서 괴담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 취미는 지금도 변하지 않아서 추미스 중에서도 우리나라나 다른 나라의 괴담을 다룬 이야기들을 특히 좋아한다. 그 중 최고로 꼽을 수 있는 작가는 미야베 미유키, 최고의 작품은 '미야베 월드 제 2막'이라 일컬어지는 <에도시대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들려주는 오싹하면서도 가슴 뭉클한 이야기. 우리나라의 '전설의 고향'을 책으로 내면 이런 이야기집이 되지 않을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던 센키치 대장이 복어 독을 먹고 세상을 뜰 줄이야. 후카가와 모토마치의 오캇피키이자 문고상이었던 그에게 의탁하여 문고 행상을 하던 기타이치의 앞날이 순식간에 깜깜해진다. 그래도 어찌어찌 숨구멍이 트여 도미칸이 관리하는 작은 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대장의 수하였던 만사쿠와 그의 아내 오타마가 물려받은 문고상의 행상 일을 계속해나갈 수는 있게 되었다. 비록 오타마에게 끝없는 구박을 받아야 했지만. 이 오타마의 얄미운 짓은 작품 끝까지 이어져 책을 읽다 부르르 떨게 만든다. 누가 이 오타마 좀 안 잡아가나!!

 

 

대장에게는 마쓰바라는 앞 못 보는 부인이 있는데, 이 부인의 자태가 어찌나 단정하고 꼿꼿한지. 말 많고 얄미운 오타마도 마쓰바에게만은 함부로 하지 못한다. 입이 툭 튀어나올지언정. 앞을 못보는 대신 다른 감각이 뛰어나 분위기와 기척만으로도 상황을 파악하고, 명석한 두뇌로 자리에 앉아서 천리 밖을 내다볼 줄 안다. 그리하여 시작된 발로 뛰는 기타이치와 마쓰바 부인의 협공!!

 

 

마쓰바 부인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더 궁금한 인물이 한 명 더 등장한다. 바로 조메이탕의 가마 담당. 제목이 '기타기타 사건부'라 기타이치의 기타를 두 번 반복한 것인가 싶었는데, 이 가마 담당의 이름은 '기타지'다. 기타이치와 기타지, 첫째와 둘째라니!! 형제도 아닌 이들의 기이한 만남. 게다가 기타지는 소리도 없이 접근해서 상대를 기절시킬만한 재주(?)까지 갖추고 있는데, 이 책에서는 그의 정체가 정확히 드러나지 않아 궁금증만 커졌다. 가문이니 일족이니 하는 단어를 사용하는 걸로 봐서는 평범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닌자??!!

 

 

'지금'을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옛날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가슴 한 구석이 시큰해진다. 우리는 끝내 만나지 못할, 다른 시공간 속에서 각자의 삶을 살아냈던 그 누군가들. 그들의 시간 속에도 연정이, 질투와 아픔이, 범죄와 고통이 존재했다는 것에 말로는 다 표현하지 못할 그리움 같은 것들을 느낀다. 그것이 바로 이야기의 매력 아닐까.

 

 

네 편의 수수께끼와 괴담을 통해 초반에는 어수룩하게만 보였던 기타이치도 약간은 성숙해진 모습을 보인다. 센키치 대장은 자신의 오캇피키 자리를 아무에게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부디 기타이치가 그 대장의 자리를 이어받아 붉은 술 짓테를 받을 수 있게 되기를. 2편에서도 계속될 기타기타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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