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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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으면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p 479

 

현금 없이 운영되는 은행에서 6천 5백 크로나를 털려다 실패한 강도가 경찰이 출동하자 당황한 나머지 얼떨결에 옆 아파트 오픈하우스로 들어가 인질극을 벌이게 된다-라고 하면 사람들은 누구나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극악무도한 강도가 큰일을 벌였구나! 나쁜 인간! 인질들이 무사해야 할텐데 어떻게 하나. 세상 일에는 '이면'이 있기 마련이지만,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종 그 이면에 대해 잊고 살아간다.

 

이 사건에서 이면이란, 그 강도가 비록 총은 들었을지언정 배우자의 불륜으로 버림받아 빈손으로 쫓겨났고 아이들을 빼앗길 처지가 되자 궁지에 몰린 나머지 강도 행각을 벌였다는 것. 하지만 겁은 엄청 많은 데다 하필이면 오픈하우스에 들어가 강도에게마저 한마디도 지지 않는 인질들을 만났다는 것이다! 강도와 인질극은 커녕 작은 범죄마저 없는 작은 도시의 제야 전날. 그런 강도를 잡기 위해 경찰인 짐과 야크 부자가 출동한다.

 

오랜만에 만난 프레드릭 배크만. [오베라는 남자]를 시작으로 [베어타운]까지 독자를 들었다놨다 하는 그의 실력이 뛰어난 줄은 알고 있었지만 [불안한 사람들]에서는 그 능력이 더욱 빛을 발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강도와 인질들과 경찰. 예측하지 못한 장면에서 그들의 사연이 밝혀지면서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기도,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기도 했다. 인질극을 벌이기는 커녕 강도도 되고 싶지 않았던 겁많고 가여운 강도와 위험스런 상황임에도 전혀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인질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과거를 되돌아보면서 그 시간을 발판삼아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한다. 게다가 모두 합심하여 어떤 일을 계획하기에 이르는데!!

 


 

사람들은 모두 실수를 한다. 부부와 부모 모두. 하지만 실수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어떠한가. 일어난 일 하나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려 하고 그에 대한 이미지를 굳힌다. 두 번째 기회가 절실한 사람에게 매정하게 대하며 냉정하게 몰아내 버릴 때도 있다. 심지어 실수를 저지른 본인마저 자기 자신에게 가혹하게 대하고 결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항상 두 번째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기에 세상은 너무나 무서운 곳이 되어가고 있으니까. 하지만 보듬어줄 수 있다면, 어떤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가혹함이 아니라 온기를 가진 손이라면 내밀어봐도 좋지 않을까.

 


모든 아이를 좋아할 필요는 없어요. 한 아이만 좋아하면 되지. 그리고 아이들한테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부모는 필요 없어요, 자기 부모면 되지.


p 372-373

 

반전인듯 아닌듯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가는 작가만의 방식에 감탄이 흘러나왔다. 게다가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부모의 역할, 부부의 애정 등 지금 내가 처한 상황과 꼭 어울리는 소재라 더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듯도 하다. 금쪽같은 명언들이 너무 많아서 가슴이 벅찼다. 어쩐지 작가와 내가 같은 시대,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 휴머니즘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누구에게나 추천할만한 작품. 부디 놓치지 마시기를!

 

** 출판사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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