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잠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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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하무라 아키라. 국적은 일본, 성별은 여자. 기치조지 주택가에 있는 미스터리 전문서점 '살인곰 서점'의 아르바이트 점원이자, 이 서점이 부업으로 시작한 '백곰 탐정사'에 소속된 유일무이한 탐정이다. 얼마 전까지 살던 셰어하우스에서 나와 현재는 서점 2층 탐정사무소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 덕분에 온갖 잡다한 일까지 다 떠맡게 되었지만 돈은 없고 40대도 중반을 넘어간 이 하무라 아키라는 그것도 감지덕지. 그런 그녀에게 들어온 네 건의 사건의뢰.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탐정인 그녀. 제발 오늘은 불행한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무라 아키라는 사건 조사를 시작한다!

 

 

참으로 이상하게도(?), 하고많은 탐정 중에 나는 이 하무라 아키라를 무한 애정한다. 왜? 어째서? 탐정이니 기본적인 소양은 갖췄고 사건도 해결하니 영 맹탕은 아니지만, 셜록 홈즈처럼 탐정으로서의 능력이 비상하게 뛰어난 것도 아닌 것 같고, 처세술의 달인도 아니며, 매번 불행한 일을 당하는 것을 보면 그렇게 운이 좋은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마음이 끌리는 것일까. 같은 여자라서? 40대 중반이 넘어가는 나이에 고군분투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 때문에? 그렇다. 맞다. 적지 않은 나이에 힘들게 사건을 해결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밥이라도 한 끼 먹이고, 뭐라도 사서 떠안겨 주고 싶은 마음이 몽글몽글 솟아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비록 몸은 만신창이가 되고 때로는 마음도 깊은 상처를 받지만 하무라 아키라는 절대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뚝심과 우직함이 바로 그녀의 최대 매력인 것이다. 그래서 지켜보는 이=내가 더 슬퍼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살아내야 하는 삶의 무게를 오롯이 홀로 감당하면서 그녀는 오직 내일만을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마음 약한 구석이 있어 '그녀를 소중히 여긴 사람을 찾아달라'는 한마디에 의뢰를 맡기도 하는 하무라 아키라. 탄탄대로의 인생길은 아니더라도,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 그녀가 걸어가는 길을 지켜보고 싶어진다.

 

 

[조용한 무더위], [녹슨 도르래], [이별의 수법]에 이은 [불온한 잠]은 네 편의 이야기가 실린 연작 단편집이다. 섬뜩한 사건도, 뭐에 씌인 것 같이 기묘한 사건도 수사하지만 역시나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표제작인 <불온한 잠>. 홀로 죽어간 여성을 소중히 생각한 누군가를 찾는 여정 속에서 역시나 여러 번 (시트콤을 연상시키는) 생명의 위협을 당하는 하무라 아키라. 그 과정 속에서 맞닥뜨리는 비정한 인간 세상의 모습은, 그 어떤 저주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일들과 비교한다해도 압도적으로 공포스러웠다.

 

 

개인적으로는,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는 단편보다 장편을 더 선호한다. 장편 쪽이 어쩐지 더 오래 그녀와 마주앉아있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나의 착각일까. 이번에 헤어지면 다음은 언제 만날 수 있죠? <내 친구의 서재> 대표님, 하무라 아키라를 포기하지 않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작품도 얌전히 기다리고 있을게요!

 

** 출판사 <내 친구의 서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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