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 -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성과 용기를 최후까지 지켜 낸 201인의 이야기
피에로 말베치.조반니 피렐리 엮음, 임희연 옮김 / 올드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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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스탕스-하면 떠오르는 것은 먼저 프랑스다. '저항'을 뜻하는 프랑스어이기도 하고, 역사적으로 프랑스의 레지스탕스 활동을 가장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 [레지스탕스 사형수들의 마지막 편지]에 실린 이들은 이탈리아인이다. 1943년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이 소련에 패배하고, 같은 해 7월 연합군이 시칠리아 섬에 상륙하면서 이탈리아 본토 침공이 가시화되자, 그 동안 파시즘을 내세워 나라를 통치하던 무솔리니는 실각하고 만다. 그러나 1943년 이탈리아는 연합국과 휴전 협정을 맺게 되는데 그 후 이탈리아 파시스트당의 도움을 받은 나치 독일 군대가 이탈리아 북부를 장악한다. 독일은 수감 중이던 무솔리니를 구출해 내 '이탈리아 사회공화국'이라는 괴뢰정부의 수반으로 앉혔고, 결국 이탈리아는 연합군에 의해 해방된 남부와 파시스트들이 장악한 북부 사이의 내전 상태로 들어간다. '이탈리아 사회공화국' 군대와 나치 독일에 맞서 싸우기 위해 생겨난 다양한 레지스탕스 활동. 이 책은 그러한 저항운동을 펼쳤던 사람들이 붙잡혀 사형을 당하기 전 남긴 삶의 마지막 기록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을 앞두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쓴다면, 남기고 싶은 말은 과연 무엇일까. 그들의 경우 여지없이 '사랑'이었다. 부모님을 향한 사랑, 이런 처지가 되어 먼저 떠나는 것에 대해 구하는 용서, 자신이 한 일에 대한 자긍심, 아내와 아이를 향한 애정. 놀랍게도 그들의 편지에서는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는 글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곧 세상을 떠나게 될 이가 남아있는 이들을 위해 위로를 건네고, 자신의 죽음으로 슬퍼하지 말기를, 이 죽음을 자랑스러워 해주기를 부탁한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침략했던 시기를 다루는 드라마나 소설에 대해 옆지기와 대화를 나눌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우리라면 과연 저렇게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을까' 라는 점이다. 설사 독립운동을 한다 해도 고문을 당하다보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남김없이 말해버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가슴은 뜨겁고 입으로는 정의를 부르짖는다해도 실제로 죽음을 코앞에 둔다면 나는 어떤 인간으로 변해있을까. 혹은 변하지 않을까. 늘 궁금하다. 독립투사들은 물론, 평범한 사람들마저 레지스탕스 활동을 위해 분연히 일어나고 죽음마저 불사하게 만들었던 그 힘. 그 마음. 그런 마음들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책 앞부분에 실린 편지의 주인공들, 201인의 이름만 보아도 코가 시큰해진다. 이 목차 자체가 하나의 비석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눈물로만 이 책을 기억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글들을 통해 느껴지는 그들의 마음을 기억하면서 어떤 일이 생겼을 때 나 또한 비겁한 인간이 되지 않기를,소중한 사람들 앞에서 누구보다 떳떳한 인간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 출판사 <올드벤>으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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