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부, 달 밝은 밤에 케이팩션 1
김이삭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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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몸으로 시신들의 검험을 업으로 삼고 살아가는 한성부 수사파 아란. 판한성부사 정수헌의 서녀로 '알려진' 아란은 오직 부모의 원수를 갚기 위해 그의 집에 기거하고 있다. 부모의 목숨을 앗아간 정수헌의 목을 옭아맬 증거를 잡기 위해. 사사로운 감정에서 시작된 검험이었지만, 이제 검험은 그녀의 삶에서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일이 되었다. 오늘도 무당골 '들'에서 의심스러운 시신의 검험을 시작한 아란은 중인 김윤오의 신분으로 살고 있는 성녕대군 이종과 우연히 마주치고, 사헌부 감찰관으로서 한성부를 감찰하러 온 그와 재회한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지는 또 한 사람. 명나라에 공녀로 가 내명부 최고 수장인 한려비가 된 여식 덕에 조선 제일가는 권세를 지닌 한씨 가문의 차남이자 개차반이라 불리는 한석이 가세하여 목멱산에서 발생한 수상한 화재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부모를 잃은 아란이 검험을 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높으신 분들에 의해 날조된 진상. 억울하게 비명에 간 부모와 범인으로 몰려 함께 저승길로 떠난 안율의 아비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아란은 '들'에 아무렇게나 묻힌 시신들에 더 집착한다. 다른 사람들의 귀에는 가닿지 않는 목소리, 그 목소리가 아란의 귀에만은 생생하게 들려왔기 때문에.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고 진실을 덮으려는 사람들을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모진 세월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원수에 대한 복수심 때문이기도 했지만, 불쌍한 사람들의 넋을 위로해주려는 아란의 측은지심도 한몫 했던 것이다.

 

 

 

아주 오래 전 방영했던 드라마 <별순검> 때부터 조선 시대 벌어진 사건을 다루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 지금처럼 세련된 기술이 존재하지 않았던 그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왔을까, 그들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성의 지위가 지금처럼 인정받지 못했던 시대, 드라마 <별순검>과 이 책의 주인공은 모두 여성이다. 특히 아란은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오히려 생명의 위협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시신을 검험해온 지금까지의 경험을 무기로 어떻게든 운명을 개척해나가려는 당찬 여인!! 그런 그녀 앞에서는 개차반이라 불리던 한석도 깨갱하며 물러나고, 대수대명으로 살아난 김윤오 또한 경외심을 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시대물이라 약간 어려운 용어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한 번 읽기 시작하니 놓을 수가 없어서 결국 밤을 새워 읽고 말았다. 사실 김윤오와의 로맨스를 살짝 기대했는데, 이 작품은 로맨스보다는 사건 해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그 부분이 조금 아쉬운 정도. 모든 것이 마무리된 채 함께 길을 떠나게 된 김윤오와 아란. 그들이 맞닥뜨릴 다음 사건이 궁금하다. 부디 이 두 사람의 이야기를 계속 만나볼 수 있게 되기를!!

 

 

 

** 출판사 <고즈넉이엔티>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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