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밤의 클래식 - 하루의 끝에 차분히 듣는 아름다운 고전음악 한 곡 Collect 2
김태용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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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라디오를 켜는 것. 주로 CBS를 즐겨 듣는 나를 차분해지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하는 클래식 프로그램. '클래식을 좋아하나?'라고 물으면 '좋아한다'고 대답하겠지만, 사실 좋아하는 곡은 몇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아주 열광적인 편은 아니어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곡을 그저 느끼고 있을 뿐이라고 해야 할까. 명화와 마찬가지로 클래식에 대해서도 조금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이왕이면 곡명이나 작곡가 정도는 알고 듣고 싶은데, 그것을 기억하는 일이 쉽지가 않다.

 

30일 동안의 챌린지로 만나게 된 [90일 밤의 클래식]은 곡과 음악가에 대한 일화와 배경을 통해 클래식을 한층 친숙하게 만들어준다. 물론 어느 정도 이론적인 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무척 쉽다, 클래식에 대해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건 아니고, 그저 가족들이 모두 잠든 고요한 새벽, 혼자만의 콘서트홀에서 조용히 음악을 감상하는 듯한 소소한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정도랄까.

 

이론 부분은 어렵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았지만 악보를 통해 눈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각음악' 편은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악보에 수사학을 적용한 대표적인 '시각음악'은 바흐의 <요한 수난곡, BWV245>인데 책에 실린 악보를 보니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레오르크 필립 텔레만의 작품인 <2대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걸리버 모음곡>은 정말 확 와 닿는 '시각음악'!!


 

안토니오 비발디가 작곡한 <플라우티노를 위한 협주곡, RV443>에서는 초등학교 때 신나게 불렀던 리코더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기도 했다. 리코더는 17-18세기에는 없어서는 안되는 아주 중요한 악기 중 하나였다고 한다. 용이한 휴대성과 자유로운 음역대를 소화할 수 있어 악기의 왕 바이올린과 동급으로 취급되는 주선율 악기였다니 깜짝!! 플루트의 전신이 바로 이 리코더로 과거에는 '플라우토'라고 불렸다. 이것이 옆 방향의 가로식 피리로 바뀌면서 '플라우토 트라베르소'라고 불렸는데 직역하면 '횡 리코더'가 된다. 이때의 나무로 만든 트라베르소가 지금의 플루트로, 이것이 목관악기로 분류되는 이유다.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하는 능력과 개인의 도덕성은 별개의 문제인가 보다. 특히 인상에 남은 인물은 <환상교향곡>을 작곡한 루이 엑토르 베를리오즈. 그는 따뜻하고 열정적인 사람이었으나 한편으로는 병적일 정도로 헛된 생각에 사로잡힌 음악가였다. 해리엇 스미스슨에게 구애하지만 그녀에게 철저히 무시당하자, 스미스슨에 대한 격한 감정을 음악을 통해 분출시킨다. 원망, 고통, 파멸, 배신, 환상 등 다차원의 정신적 감정을 동반한 특별한 작품인 <환상교향곡>이 탄생한다. 로마대상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음악가로서의 기반을 확실히 다진 그는 후에 스미스슨과 사랑에 빠져 결혼하지만, 베를리오즈의 외도로 파경을 맞았다.

 

어렸을 때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를 접하고 얼마나 감동을 받았던가! 그런데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작곡한 리하르트 바그너. 1852년부터 바그너는 자신의 열렬한 팬이자 후원가인 재력가 오토 베젠동쿠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 그의 젊고 아름다운 아내 마틸데 베젠동크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1865년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초연에서 기막힌 상황이 벌어진다. 이 초연은 바그너 음악의 열렬한 지지자이자 그의 수제자나 다름없는 당대 최고의 지휘자 한스 폰 뷜로가 맡게 된다. 그런 그의 아내 코지와 바그너가 외도 중이었던 것!! 존경하는 스승은 자신의 아내와 놀아나고, 자신은 스승의 음악을 준비해야했던 뷜로의 심정. 으아, 상상도 하고 싶지 않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이야기마저 더럽혀지는 것 같아서 이 챕터를 읽고 난 뒤에 무척 기분이 좋지 않았다.

 

게다가 드뷔시 너마저!! 클로드 드뷔시가 작곡한 <어린이 세계>는 첫째 부인 릴리를 버리고 2명의 아이를 둔 유부녀이자 가수 출신인 엠마와 외도를 해서 낳은 딸 클로드 엠마를 위해 쓴 곡이라 한다. 유부녀와의 외도, 그 사이에서 낳은 딸, 생각만으로도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넘치는 사랑을 주체 못한 음악가들이여, 어찌할까!!

 

QR 코드의 발명에 무한 감사를! QR 코드가 없었다면 게으른 나는 어쩌면 검색도 하지 않고 글만 술렁술렁 읽어넘기지 않았을까 싶다. 꿀같은 감상팁까지 더해져 클래식을 아주 조금은 더 알게 된 기분. 이 사랑, 오래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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