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를 바꾼 결정적 만남 생각이 자라는 나무 4
이광희 지음, 정훈이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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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들여다보면 인물들이 화합하거나 반목하는 경우를 종종 발견한다. [한국사를 바꾼 결정적 만남]에서는 그런 인물들을 19회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궁예 vs 왕건, 이성계 vs 정도전, 최명길 vs 김상헌 처럼 대립한 경우도 있고, 이황 vs 기대승처럼 멋진 콤비로 끝을 맺은 경우도 있다. 그런데 목차만 봐도 좋게 끝난 경우가 별로 없다. 어쩌면 요즘처럼, 원래 정치란 대립으로 시작해서 대립으로 끝나는 것일까.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준 이황 vs 기대승의 일화가 유독 기억에 남은 것은 그들이 사단칠정에 대해 논쟁을 벌였으면서도 서로에 대해 존경심을 간직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성리학의 나라였던 조선. 유학자들은 제대로 된 성리학을 정립하기 위해 논쟁을 벌이곤 했는데, 이황과 기대승은 '인간의 선한 감정은 어디에서 비롯되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무려 8년이나 논쟁을 계속했다고 한다. 그들의 논쟁은 서로를 향한 비난이나 공격이 아니었다. 이황은 스물 여섯 살이나 어린 기대승이 자신의 논리에 반박하자 그저 내치지 않고 귀기울여 들었고, 어쩌면 무례하다 여길 정도로 들이대는 기대승을 따뜻한 마음으로 품어주었다. 첫 만남 이후 이황이 기대승에게 보낸 다정한 편지를 시작으로, 그들의 서신 왕래는 이황이 사망하기 한 달 전까지 무려 13년 동안 이어졌다. 이들이야말로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지 않고 상대의 논리를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대화를 나누며 올바른 길을 가고자 했던 진정한 선비들의 귀감이 아니었을까.



분명 알고 있다 생각했는데 '아하!'했던 사람들도 있다. 바로 영화 <남한산성>에도 등장했던 최명길과 김상헌이다. 임진왜란을 겪은 지 30여년이 지난 후 조선은 또다시 병자호란을 겪게 된다. 결국 남한산성으로 피신한 인조와 신하들은 청나라 군대와 맞서 싸울 것인가, 아니면 화의를 할 것인가를 놓고 논쟁을 벌인다. 청과 계속 맞서 싸우자는 '척화파'의 중심에는 김상헌이, 화친하자는 '주화파'의 중심에는 최명길이 있었다. 영화에서는 두 사람의 입장에 따른 두 사람의 고뇌가 깊이 배어나와서, 그들의 주장이 비단 개인의 일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과연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청의 압박감, 추위, 허기를 이기지 못한 조선은 결국 청과 화친을 맺기로 결정하고, 인조는 삼전도의 굴욕을 당한다. 영화에서는 김상헌이 자결하는 것으로 끝을 맺었지만, 역사 속에서 두 사람은 청나라의 수도 심양 감옥에서 재회한다.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인정하면서 시를 주고받으며 상대를 인정한 두 사람. 후세의 평가는 최명길에게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이 책이 궁금했던 이유는 근현대 인물 또한 다루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김옥균 vs 민영익을 시작으로, 여운형 vs 김규식, 신채호 vs 김원봉, 김구 vs 이승만, 박정희 vs 김대중 등을 통해 평소 난해하게만 생각했던 근현대사의 일면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문득 예전에 한 지인이 자신이 가장 존경하는 역사적인 인물은 '김원봉'이라고 이야기했던 일이 생각난다. 일제 강점기에 일어났던 수많은 독립 운동. 그 가운데 일제 강점기 내내 가장 큰 현상금이 걸렸던 독립운동가는 의열단을 이끄는 단장 김원봉이었다. 당시 현상금 100만 원, 현재 기준으로 약 300억원이라니, 어마어마한 숫자다. 김원봉은 요인 암살과 일제의 주요 기관을 파괴하는 것으로 일제에 투쟁했다. 암살과 파괴를 기본으로 투쟁하던 김원봉은 의열단의 정신을 드러낼 선언문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으면서 신채호를 만나게 된다. 신채호가 써 준 <조선 혁명 선언>에 감탄한 김원봉과 의열단의 활동은 더욱 격렬해졌으며, 김구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인물과 그 인물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더듬어가는 역사의 발자취는 그 어느 때보다 생생하게 다가온다. 중간중간 삽화가 재치있게 그려져 있어 더욱 이해를 돕는다.



** 출판사 <푸른숲주니어>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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