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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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뱅큇에서 컴패니언(행사, 전시회, 이벤트, 파티 등에서 내빈 안내 및 접대를 하는 사람)으로 일하고 있는 교코. 보석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이왕이면 돈 많은 사람과 결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평범한 직장 여성이다. 오늘도 긴자 퀸호텔에서 전국에서 손꼽히는 보석 체인점 하나야의 감사파티 일을 끝내고 동료인 마키무라 에리와 함께 대기실이었던 203호를 나온다. 프런트에 열쇠를 돌려주고 출구로 향하던 교코는 무심코 라운지 쪽을 돌아봤다가 다카미 슌스케를 발견하고 반색한다. 그는 다카미 부동산회사의 전무로, 예전부터 교코가 콕 찍은 남자였던 것. 그와 우연히 만난 것처러 꾸미고 차 한잔을 마신 후 자리를 옮긴 교코의 귀에 들려온 사건 소식. 조금 전 그녀와 함께 퇴근했다고 생각한 마키무라 에리가 203호실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는 것이다!

 

현장이 밀실이었던 탓에 사건은 에리의 자살로 종결되는 것처럼 보였지만, 여기에 어떤 형사가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시바타. 약간 능글능글해보이지만 다른 경찰들은 자살로 생각하는 사건에 의혹을 품고 에리의 죽음을 조사하는 형사. 마침 교코의 옆집으로 이사를 오게 되어 교코와 시바타는 사건 이야기를 나누며 친해진다. 에리의 본가 나고야로 향한 두 사람은 에리에게 연인이 있었고, 그 연인 이세가 다카미 부동산회사의 다카미 유타로를 살해한 후 자살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어쩐지 석연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 시바타. 게다가 다카미 슌스케가 보이는 태도 또한 의심스럽다. 사건이 생길 때마다 교코에게서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낌새. 여기에 여러 인물들이 얽혀 사건은 다시 복잡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세가 숨겨두었던 유서로 인해 사건 해결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답게 술술 읽히는 것이 아주 큰 장점이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의 거품경제 시절에 발표했다고 하니 벌써 30년 정도 전에 지어진 이야기인데 지금 읽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매끄럽다. 곳곳에서 휴대폰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는 부분들이 보이지만 그 정도야. 대신 80년대 후반에 유행하던 전자 주소록, 자동차 안의 전화와 냉장고, 노래방 설비 등이 부유층의 전유물로 등장하여 색다른 묘미를 맛볼 수 있다. 게다가 LP판과 CD플레이어, 카세트 테이프가 등장하는 아날로그 감성이라니! 복고 미스터리라고 단순히 정의하기에는 어쩐지 아까운 기분이랄까.

 

시바타가 밀실 트릭을 풀어나가는 과정이나,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 찬찬히 단서를 밟아나가는 단계를 읽어나가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작품의 서정적인 분위기와 시바타와 교코 두 사람이 자아내는 케미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시바타가 교코에게 은근 마음이 있는 게 아닌가 했으나 두 사람의 감정은 미궁. 시리즈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만약 시리즈가 있다면 다음에도 두 사람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즐기고 싶다.

 

그런데. 다 계획이 있다는 그녀는 과연 누구였을까. 교코? 에리? 유카리? 으흐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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