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봐서는 '이것은 동물학대가 아닌가!'라고 생각될 정도로 처음에는 다소 충격적이었다. 지금처럼 중성화수술이 없었던 시대에 동물을 버리거나 물에 빠트려 죽이는 것은 생각보다 일상적인 일이었던 듯, 다른 작품들에서도 몇 번 마주쳤던 장면이지만 '아니, 하루키가!'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탓이다.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 동안 접했던 에세이들을 통해 어쩐지 그는 동물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랄까. 근거없는 추측은 재즈와 맥주를 좋아한다는 점도 한몫한다. (아무 이유 없이)
고양이를 버리러 갔던 일은 사실 아버지에 대한 추억과 관계된 것이었다. '아버지에 대해 기억하고 있는 것'이라고 적힌 첫문장. 불쌍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는 느낌으로 고양이를 버리고 집에 돌아왔지만, 어쩐 일인지 그들보다 먼저 돌아와 '야옹' 울면서 살갑게 맞이하는 고양이를 보며 안도했던 그 순간의 느낌이 글을 통해 오롯이 전해져온다. 그리고 더듬어가는 아버지의 인생. 정토종 절집의 차남으로 태어나 어린 시절 어느 절에 동자승으로 보내졌었던 이야기, 전쟁에 휘말려 끔찍한 경험을 하고 돌아온 이야기, 학자가 되고 싶었던 아버지가 전쟁터에서 하이쿠를 지으면서 버텨냈던 시간들, 자신과 아버지 사이에 있었던, 부모와 자식이라면 마땅히 겪었을 갈등같은 것,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소회같은 것들이 적혀 있다.
읽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쉽게 글이 쓰여지지 않았다. 그동안 접해왔던 그의 에세이와는 사뭇 다르게 가슴에 돌 하나 얹혀있는 것 같은 무게감이 느껴져, 그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책을 몇 번이나 읽었지만 여전히 리뷰를 남기기에는 머뭇거려진다. 얼마 되지 않는 분량이지만 어쩌면 작가에게도 쉬운 글은 아니지 않았을까. 아버지와의 추억을 더듬고, 그의 인생을 따라가보고, 한 편의 글로 그 삶을 갈무리 한다는 것이.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 아니다.
이 책에 적힌 것은 단순한 추억담이 아니다. 한 인간의 삶이 다른 인간의 삶으로 이어지는 무언가,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 세계에 존재하는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것을 인생의 순환이라 불러도 좋고, 인간들이 이룩해온 역사라 불러도 좋을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우리가 사는 세계 전체를 구성하는 거대한 이야기의 일부' 로서의 무게감. 그 오묘한 신비. 에잇. 더 쓰지 않겠다. 무려 몇 달을 고민하고 쓴 리뷰인데 감정이 차오르는 것에 반해 더 나아갈 수가 없다. 독자의 리뷰가 불필요한 작품도 있는 것이다. 그냥 이 작품, 읽어보시라!!
** <비채>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