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털리 부인의 연인 1 펭귄클래식 에디션 레드
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지음, 최희섭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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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털리 부인의 연인]이라는 작품의 제목만 들었지, 제대로 마음 잡고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우와, 그 유명한 D.H.로렌스의 작품이라는 것도 책을 읽다 중간에 '그런데 작가가 누구지?'라고 생각이 나서 표지를 훑어본 후에야 알았어요!! 이렇게 무지할 데가!! 게다가 내용은 또 어떻고요!! 기본정보가 전혀 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라, 저는 정말 이 책이 '채털리 부인의 연인'에 대해 쓴, 러브스토리인 줄만 알았습니다. 정리하기 매우 쉽지 않은, 아니, 이런 표현도 부족할 정도로 생각보다 매우 난해한 소설이었어요.

 

일단 등장인물들을 정리해 볼까요. 주인공 콘스탄스는 '혈색이 좋고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에 몸이 튼튼했으며, 느리게 움직이는 동작에는 쓰지 못할 활력이 가득'한 아가씨입니다. 그녀는 명문가에서 나고 자라서 언니 힐다와 함께 여러 교양을 쌓으며 자유롭게 성장했어요. 두 사람 모두 열여덟 살이 되기 전에 풋내기 연애를 경험했고, 각각 친밀하고 미묘한 논쟁을 벌인 청년과 관계를 맺습니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섹스를 찬미한 시인들은 대부분 남자이며, 여자들은 더 나은 것, 더 고귀한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표현합니다. 여자의 아름답고 순수한 자유는 어떤 성적인 사랑보다 무한히 더 훌륭한 것이지만, 남자는 이 문제에서 여자보다 훨씬 뒤처져 있을 뿐만 아니라 마치 개처럼 섹스를 고집한다고요. 그럼에도 여자는 굴복해야 했다-는 문구가 의미심장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토록 자유분방하게 '자신'으로 살았던 콘스탄스가 클리퍼드와 결혼하면서 자신의 욕망을 억제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콘스탄스는 1917년 클리퍼드 채털리와 결혼했는데, 이 때 클리퍼드는 전쟁에 나갔다가 한 달의 휴가를 얻어 집으로 돌아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플랑드르 지방으로 돌아갔다가 6개월 후 영국으로 다시 후송되어 왔는데, 이 때는 부상을 당해 몸이 바스라져 있었죠. 그는 죽지 않고 살았지만 하반신은 영원히 마비되고 맙니다. 이 때 콘스탄스의 나이가 스물 셋, 클리퍼드의 나이가 스물 아홉이었는데, 이 빛나는 청춘들이 육체적인 쾌락이 없는, 오로지 책임과 결속으로 굳어진 결혼생활에 갇혀버린 겁니다. 육체의 자유를 잃은 클리퍼드는 정신적인 성숙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저명한 작가로 명성을 얻게 되기를 원합니다. 지인들과 모임을 갖고 이런저런 토론을 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 토론 자리에서 콘스탄스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코웃음이 나와요. 그녀는 분명 그들의 토론에 함께 자리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 속에 함께 해서는 안된다네요. 혹시라도 그녀가 목소리를 내어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순간, 분위기는 차가워지고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처럼 모두 화들짝 놀라는 겁니다. 서문을 작성한 도리스 레싱에 의하면 이 시대는 '얌전 빼는 사회, 억압받고 융통성이 없는 사회였고, 항상 그렇듯이 그러한 시대에는 비열한 조소를 받을 가능성이 결코 멀리 있지 않는' 시기였습니다. 이런 시대에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건 매우 충격적인 일이었겠죠. 그런데 작가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여성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적극적인 성'의 문제를 매우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생명력 넘치던 콘스탄스는 채털리 부인으로서 클리퍼드의 시중을 들고 그와 문학과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점차 활기를 잃어갑니다. 갑자기 늙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시들어버려요. 언니 힐다의 조언으로 클리퍼드를 돌볼 볼튼 부인을 고용하고나서 자신의 시간이 조금 생긴 그녀는 산책을 나가게 되고, 사냥터지기 올리버 멜로즈를 만납니다. 그의 무심한 태도는 어쩐지 무례한 듯 느껴지기도 하지만, 콘스탄스는 '갑자기' 그와 관계를 가지면서 급속도로 사랑에 빠져요.

 

사실 콘스탄스는 멜로즈 이전에도 마이클리스라는 남자와 잠자리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클리퍼드가 콘스탄스에게 다른 남자의 아이를 가지는 것도 상관없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렇게 보면 또 그리 꽉 막힌 사회는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작가가 그리는 이 사회 속에서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건지 아리송해요.

 

멜로즈와의 관계도 그리 오래는 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런! 두 사람의 애정은 점점 깊어가고, 급기야 이혼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 <펭귄클래식코리아>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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