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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미셸 딘 지음, 김승욱 옮김 / 마티 / 2020년 12월
평점 :
무엇이 여성들로 하여금 글을 쓰게 만드는가. 나는 왜 아이들이 잠든 새벽에 방에서 나와 졸음을 참으며 책을 읽는가. 올해의 절반 정도는 이 생각을 하면서 독서를 했던 것 같다. 책은 그저 재미있으면 됐지-라고만 여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가 '재미'로만 책을 읽기에는 독서를 계속해나가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1년 가까이 보내온 코로나 시대, 가정보육하는 엄마에게 독서는 사치인가-라는 생각도 들었고, 이렇게 아등바등 책을 읽는 이유에 대해 틈만 나면 고민했지만 명확한 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아마도 장영은님의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라는 책이 그 계기였던 것 같은데, 지금도 여전히 이것이 답이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후 여성들의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맞다.
당당한 시선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디디언의 얼굴. 어디 올테면 와봐라, 무슨 말이든 던져보아라-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 자신감에 묘하게 압도당했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이고 무슨 의미일까. 책 리뷰조차 쉽게 쓰지 못하는 나에게 이 책의 제목은 마치 어떤 주문처럼 들렸다. 자신만의 글을 쓴다는 것은, 무엇을 쓰면 되는 것이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의미하나. 이런 저런 생각속에 맞닥뜨린 12명의 여성작가. 그녀들의 삶의 궤적을 통해 만나게 되는 치열했던 글쓰기의 현장들은 내 마음을 불타오르게도, 벅차게도 만들었다.
각자가 지닌 재능은 서로 달랐지만, 잊을 수 없는 글을 쓰는 재주를 지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 여성 작가들. 자신의 삶에서 느낀 부조리함을 신랄하게 돌아본 글을 쓴 도러시 파커, 전체주의에 대한 생각을 토로한 한나 아렌트, 트롤 무리 속에 떨어진 공주의 기묘한 의식을 주제로 삼은 메리 매카시, 해석에 대한 수전 손택의 생각 등, 그녀들이 20세기에 이룩한 일들은 놀랍다. 그녀들은 조직적인 여성 운동이 있기 이전에 이미 성별에 따른 차별적인 인식에 공개적으로 도전했지만 '페미니즘'의 집당적인 정치학과 긴장 관계에 놓인 적도 많았고, 그녀들이 서로 한 무리로 분류되는 것을 그리 반기지 않았다. 싫어하기조차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성의 예술과 사상, 정치를 논하는데 여성의 능력이 결코 남성에게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런 여성들이 무리를 지어 서로를 칭찬했다고 한다면, 어쩌면 그것이 더 어울리지 않는 일 아닐까.
한명 한명을 다룬 글들을 소중히 마음에 품었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나는 왜 읽는가. 그 답을 그녀들의 글들과 고전에서 찾아야겠다고 다짐해본다.
** 출판사 <마티>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