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28가지 세계사 이야기 : 사랑과 욕망편
호리에 히로키 지음, 이강훈 그림,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의 공식적인(?) 이야기도 좋아하지만, 간식같은 뒷이야기도 흥미롭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28가지 세계사 이야기]의 <사랑과 욕망>편은 바로 그 디저트 같은 이야기로 세계사의 흥미로운 28가지 이야기를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인 사랑을 소재로 다룬다. 한편의 이야기가 길지 않고 중심 사건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요즘처럼 분단위로 쪼개 책을 읽는 나에게는 순간순간의 재미를 느낄 수 있어 더 좋았던 듯.

 

역사를 움직이는 두 가지 힘인 사랑과 욕망, 그 대표적인 사례로 저자는 먼저 프랑스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를 향한 스웨덴 백작 페르센의 열정을 보여준다. 1791년, 야음을 틈타 파리의 튀일리궁을 탈출한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그들이 탈출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은 페르센 백작으로, 그들의 도주를 위해 동원한 자금이 오늘날의 가치로 환산하면 200억 원이 훌쩍 넘는 막대한 금액이었다고 한다. 물질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본인이 직접 마부로 변장하여 국왕 부부의 탈출을 도왔지만, 어째서인지 중간에 마부 역할에서 '해고' 당한 것이 그들의 마지막이었던 듯 하다. 질풍처럼 내달렸던 페르센과는 달리 그야말로 느긋하게 도주 여행을 즐긴 탓에 붙잡힌 국왕 부부는, 잘 알려진대로 도주에 실패, 결국 처형당하고 만다.

 

성욕에 사로잡힌 나머지 경악할만한 미약을 만든 황제도 있다. 바로 명나라 황제 가정제의 이야기다. 명나라 시대의 중국 의학은 불로불사의 신선을 모시는 종교인 도교에 바탕을 두고 있었는데, 도교에서는 성행위 하나하나에도 불로불사로 통하는 신비한 효험이 있다고 여겼단다. 이에 명세종 가정제는 미약(성욕을 일으키는 약)을 제조해 마시며 후궁이나 궁녀들과 쾌락에 빠져 지냈는데, 이 미약의 재료가 굉장히 혐오스럽다. 오줌, 사람의 젖과 피, 정액, 음모, 사람의 간, 탯줄, 미라에 가장 중요하고 진귀한 재료로 여성의 생리혈이 포함되었다. 가정제는 이 여성의 생리혈을 위해 중국 전역에서 열서너 살 미소녀 300-400명을 강제로 연행한 데다 정화를 위해 뽕나무 잎만 식사로 제공했다니, 인간이 욕망을 위해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기가 찰 노릇이다.

 

예술과 사랑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지 이 책에서도 수많은 예술가와 그의 연인들이 등장한다. 피카소와 그의 뮤즈들,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의 악처로 알려진 콘스탄체, 그리고 고흐의 귀가 잘린 경위에 대한 의미있는 의심까지. 모차르트는 천재인 줄로만 알았지 그가 도박에 빠져 지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만년에는 상당한 금액의 연금을 받았다는 기록까지 남아있는데 항상 경제적 문제로 쪼들렸다니, 그쯤되면 아내가 '악처'라 불린 것도 비단 그녀 혼자만의 문제는 아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망한 뒤에도 편안히 잠들지 못한 채 뇌가 200조각으로 나뉘어 사방에 흩어진 아인슈타인,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 혹은 거짓, 뮤지컬 <황태자의 첫사랑>으로도 유명한, 합스부르크가의 몰락을 앞당긴 루돌프 황태자와 메리의 동반 자살 사건, '남자다움'에 목숨걸다 허망하게 목숨을 잃은 대문호 헤밍웨이의 이야기까지 때로는 감탄을, 때로는 경악을 불러일으키는 역사적 '사건'들의 이야기. 역사를 연도나 외우는 것, 어려운 것으로 여겨왔던 사람들도 요런 야사를 한 두 편쯤 읽다보면 점차 역사의 참맛을 알게 되지 않을까. 그렇다고 여기에 실린 이야기들을 완전한 '진실'로 받아들이지는 말 것. 진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 출판사 <사람과 나무사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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