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
아사쿠라 아키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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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학생 세 명이 연달아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세 명 모두 2학년 A반과 B반의 중심이 되는 학생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자살은 정말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고, 그들의 유서에는 모두 '나는 교실에서 너무 큰 소리를 냈습니다. 조율되어야만 합니다. 안녕!' 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충격 때문인지 등교하지 않는 시라세 미즈키에게 한 번 찾아가 달라는 담임교사의 부탁에 그녀를 만나러 간 가키우치. 죽은 세 명은 자살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살해당한 것이라는 미즈키의 말을 흘려들은 가키우치 앞에 정체불명의 인물로부터 이상한 편지가 도착한다. 자신은 현재 가키우치가 다니는 기타카에데 고등학교의 졸업생이고, 학교를 다니는 동안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 그 능력을 가키우치에게 양도한다는 내용이었다. '수취인'이라 불리는 능력자들은 학교에 총 네 명이 있으며, 그들의 능력은 모두 다르다는 말을 행운의 편지쯤으로 치부하며 흘려들은 가키우치는, 우연한 기회에 그 편지의 내용이 사실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에 사망한 학생들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제20회 본격미스터리 대상 후보작, 제73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후보작이었던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는 교실 안 학생들의 관계를 계급으로 분류하는 '스쿨 카스트'를 도입하여 사건을 추적해나가는 추리소설이다. 여기에 초능력 대결과 두뇌 싸움까지 곁들여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을 자랑하며 학생들의 관계, 그 이면에 숨은 어두움에 대해 이야기한다.

굳이 설명하면 사회제도가 생겨나면 사람은 필연적으로 불평등을 낳는 구조를 안게 되어 있다는 내용이야. 어떤 선후책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불평등은 계속 확대된다, 그리고 마침내 '왕'을 정점으로 하는 피라미드에 이르게 된다고 주장하는, 그런 책이야.

p137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누군가와 관계를 맺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혼자인 시간을 아무리 갈망하더라도, 사회적 목적에 부합하는 행동에 자신을 맞추고 싶지 않더라도, 어울려야 하는 때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아도 누군가는 이로 인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자신의 무언가를 희생해가면서. 그런 밑바닥 감정이 존재하는 장소에서 '반 아이들 모두가 사이좋은 최고의 반'은 애초에 있을 수가 없는 것이다. 인생의 그 어느 시기보다 예민하고 고민이 많은 때, 내 주변의 인간관계가 정말 제대로 형성되어 있는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 친구들이라 명명된 사람들이 사실은 진짜가 아닌 가짜처럼 보여 괴로워할 수도 있다. 고민의 깊이가 그 누구도 헤아릴 수 없이 깊다면 최악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를 죽여야만 한다면, 글쎄. 범인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알겠지만 그 의도에 완벽히 동조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공감되는 무언가가 있다. 꼭 모두가 친하게 어울려야 하는 최고의 반이어야 하는 건가, 누군가의 혼자 있고 싶다는 마음을 배려해줄 수는 없는 건가, 애초에 누가 누구와 친하고 친하지 않고가 그렇게 중요한 문제인 건가. 내 자신이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하는 데다 인간관계에 그리 긍정적인 편이 아니기 때문인지 범인의 설명에 어느 정도는 고개를 끄덕거릴 수밖에 없었다. 모두가 친한 최고의 반은 지구상에 존재할 수 없다. 그 안에서 어떤 이의 존재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것이 바로 인간관계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그게 가능하다고 믿는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억지로 꿰어맞춘다고 해서 누군가를 향한 감정이 쉽게 바뀐다거나, 나의 시간을 방해받는다는 분노가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는다.

 

나는 어느 쪽이냐 한다면 가키우치 쪽에 가깝다. 혼자있고 싶어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정도는 아니지만, 나의 시간을 방해한다면 그 발언하는 입을 다물게 하고 싶을 정도로 미워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역시 '항상' 혼자이고 싶지도 않을 것 같다는 아이러니한 마음.

나는 언덕을 내려갈 거야. 하지만 그게 각자 살아가거나 헤어지는 걸 의미하는 건 아냐. 우리는 서로 각자의 삶을 살아가지만, 때로는 편할 대로 언제라도 어깨를 빌려주면서 함께 걸어갈 수 있어. 힘들 때 손을 내밀어줘서 고마워. 이제 내가 너한테 보답할 차례니까 정말 힘들 때는 언제든지 말해.

p367

풋풋한 표지에 매료되어 가벼운 학원미스터리를 상상했는데 상상 이상으로 어둡고 복잡한 문제에 봉착해버렸다. 나는 과연 어떤 인간인가.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어쩌면 이런 본질적인 문제들이야말로 학원 미스터리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도 해본다. 제목인 '교실이, 혼자가 될 때까지'의 의미를 여러모로 추리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면서도, 그 깊은 의미에 충격도 받은, 인상적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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