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제프리 디버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특별히 생각나는 시리즈가 있다. 바로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시리즈>. 출판사 북스피어에서 출간된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우아한 크리스마스의 죽이는 미스터리] 도서들이다. 독특하게도 출간된 월일이 모두 12월 25일로 딱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나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올해에는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가 더해져 총 네 권의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시리즈>가 완성된 것이다. 이 중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세상의 모든 책 미스터리] 부터 먼저 만나보았다. 미스터리 소설계의 명 편집자이자 뉴욕에서 미스터리 서점을 운영하는 오토 펜즐러와 스릴러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작가들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집. 출간 이후 25만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에드거 앨런 포 상을 수상했다.

 

총 여덟 편의 '치명적인' 책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도난당한 책들이 어떻게 변모했는 지 알 수 있는 <세상의 모든 책들>, 사망한 뉴욕의 마피아와 거래했던 정치인들의 치부가 담긴 장부를 찾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는 탐정의 하드보일드 스릴러 <모든 것은 책 속에>, 희귀 도서를 애정하는 멕시코의 미스터리 사업가를 처리하기 위해 작전을 계획하는 <용인할 만한 희생>, 복수를 위해 상대의 책들을 모두 없애버리기로 결심한 <제3제국의 프롱혼>, 한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스스로 만들어낸 책의 유령에 사로잡힌 한 남자의 이야기 <유령의 책>, 유산을 좀 더 빨리 물려받기 위해 삼촌을 살해한 <죽음은 책갈피를 남긴다>, 자신조차 의도했는지 모를 일을 저질러 버린 남자 앞에 밝혀진 진실을 그린 <망자들의 기나긴 소나타>, 그리고 아버지이기 '이전'의 아버지의 업적에 대해 알게 되는 <이방인을 태우다> 까지 한 번에 읽어내리기에는 너무나 아쉬운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각각의 작품들에서 '책'이 갖는 의미는 다양하다. 누군가에게 책은 책꽂이에만 꽂혀있어서는 안될 정도로 소중한 것이며, 어떤 이에게는 희생을 불사하고라도 손에 넣어야만 하는 타인의 약점이 된다. 또 다른 사람에게는 폭탄으로 이용할만한 도구지만, 누군가에게는 거대한 서재를 마련하고라도 소장하고 싶은 희귀한 물건이며, 자신의 삶 전부를 짓누르는 죄책감의 표상이자, 살인도구가 되기도 한다. 때로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때로는 알지 못했던 부모의 과거를 알려주기도 하며, 한 권이라도 얻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인생을 파멸로 몰아넣을 수도 있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스릴러라는 형식을 빌려 각각의 이야기에서 책이 가지는 다양한 이미지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이 이 작품집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재미있는 점은 내가 이 여덟 편의 작품들 중 특히 '와, 이런 반전이!!' 라며 생각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스릴러 거장이라 불릴만한 제프리 디버의 작품이었다는 것이다. 역시-라고 생각할만한 짧지만 완벽한 스릴러. 이 작품집에서 [오픈 시즌]으로 만난 적이 있는 C.J. 박스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도 반가웠다. 이번 이야기에서는 어떤 책이 주인공일까, 상상하는 것도 즐거움의 하나.

 

이 책을 읽다보면 결국 '나에게 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당신에게 책이란 무엇인가. 그 책을 위해 당신은 어디까지, 무엇까지 허용할 수 있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