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일지 - 책 읽어드립니다, 김구 선생의 독립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지음 / 스타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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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라면 꼭 한 번 읽어야 하는 책. 백범 김구 선생의 자서전을 이제야 '제대로' 읽었다. 학교 다닐 때 한 번 펼쳐든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왜 그리 와닿지 않았는지 글자는 글자대로, 나는 나대로 따로 가다 책을 덮은 기억이 있다. 이제 때도 때이고, 현대사 관련 책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책을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에 손에 딱! 경건한 마음으로 펼쳐들고 읽기 시작했는데 허리가 우지끈!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그만큼 한 자, 한 자 가슴에 새기며 읽을 수 있었던 깊이 있는 순간들이었다.

 

백범 선생은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이 된 후 언제 죽음이 닥칠지 모른다는 생각에, 본국에 돌아가 있던 어린 두 아들인 인과 신에게 아비가 겪은 일들을 알리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밝혔다. 유서를 대신하여 쓴 것이 상권, 하권은 윤봉길 의사의 사건 이후 그의 나이 칠십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주로 미주와 하와이에 있는 동포를 염두에 두고 조국의 독립 운동에 대한 이력과 포부를 밝히기 위해 썼다고 한다. 하권 또한 유서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 <나의 소원>은 백범 선생 자신이 우리 민족에게 하고 싶은 말의 중요한 핵심을 적은 것으로 '무릇 한 나라가 온전히 서서 한 민족의 국민으로서 생활을 하려면 반드시 그 기초가 되는 철학이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아마 이 자서전을 읽지 않은 사람도 <나의 소원>에 실린 몇 문장은 들어봤으리라 짐작될만큼 가슴을 묵직하게 하는 내용들이 담겨 있다.

 

조상과 가문의 내력부터 밝힌 백범 선생은 어린 시절부터 범상치 않았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동네 아이들에게 몰매를 맞은 뒤 다 죽이자는 생각으로 식칼을 들고 갔다는 일화나 아버지의 성한 숟가락을 발로 밟아 망가뜨린 뒤 엿으로 바꿔 먹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천하에 이런 몹쓸(?) 놈이 있나 싶으면서도, 역시 백범 선생이기에 그런 대범한 짓(?)도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인가 하는 묘한 깨달음(?)에 이르게 된다. 어린 시절부터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고, 옳은 일을 위해 발벗고 나섰던 그였기에 안 진사(그의 맏아들은 안중근 의사다)와 삶에 있어 큰 가르침을 얻었던 고산림 같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왜놈을 죽여 인천 감옥에 갇혔으면서도 그 기개를 잃지 않고 당당했고, 독립운동의 길에 뛰어들어서도 동지들을 배신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으며, 허상보다는 진실로 우리 민족에게 이로운 것이 무엇인가를 먼저 생각했던 분.

 

이 자서전에서는 백범 선생의 행적과 함께 독립운동을 위해 애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일황을 저격했던 이봉창, 도시락 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는 물론 지금까지 이름조차 몰랐던 분들의 기록을 읽다보면 가슴이 벅차면서도 슬프고 안타까워진다. 유관순 열사도 체포된 후 말로 표현하지 못할 고문을 당하셨다는데, 나는 이분들처럼 할 수 있었을까. 어찌어찌 독립운동은 한다 해도 그 고통을 당하면서 동지들을 배신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정말 죽음이 두렵지 않았을까. 수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기록이다. 진부한 말이지만, 그분들이 목숨바쳐 지켜낸 우리나라를 정말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다짐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김구 선생의 호인 '백범'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천하다는 백정과 범부의 첫 글자를 딴 것이라고 한다. 백정과 범부들이라도 애국심이 지금의 자신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바람을 담았다고 하니 그 무게가 한층 더해진다. 모두 한 번씩은 이 [백범일지]를 읽어보기를 권한다. 그게 정 힘들다면 <나의 소원>만이라도!

민족의 행복은 결코 계급투쟁에서 오는 것도 아니요, 개인의 행복이 이기심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계급투쟁은 끝없는 계급투쟁을 낳아서 국토에 피가 마를 날이 없고, 내가 이기심으로 남을 해하면 천하가 이기심으로 나를 해할 것이니, 이것은 조금 얻고 많이 빼앗기는 법이다.

p 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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