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없는 나는?
기욤 뮈소 지음, 허지은 옮김 / 밝은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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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에서 함께 읽는 도서로 선정된 기욤 뮈소 시리즈의 다섯 번째 책 [당신 없는 나는?] . 생생한 장면 구성과 스피디한 전개로 독자들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그의 작품은, 이 책에서도 영화 같은 장면들이 연출되며 매력이 빛을 발한다. 늘 스릴러와 로맨스를 결합시켜 진부한 듯 하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작품들을 선보여온 기욤 뮈소. [당신 없는 나는?] 에서도 가브리엘과 마르탱의 사랑, 가브리엘의 아버지이자 미술품 절도범인 아키볼드의 사연, 그가 자신의 아내이고 가브리엘의 어머니인 발랑틴에게 일평생 바쳐온 사랑 이야기가 애틋하고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버클리대학생 가브리엘과 소르본법대를 졸업하고 미국 사회의 안팎을 두루 경험하고자 샌프란시스코를 두 달 간의 일정으로 방문한 프랑스 청년 마르탱. 두 사람은 카페테리아에서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났다. 계획된 일정이 모두 끝나고 프랑스로 돌아가야 하는 마르탱은 가브리엘에게 사랑을 담은 편지를 전달하고, 편지를 통해 자신의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고통까지 꿰뚫어보는 마르탱에게 애정을 느낀 가브리엘은 떠나려는 그를 막아서며 잠시만 출발을 미뤄줄 것을 부탁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서로를 아낌없이 사랑하는 두 사람. 프랑스로 돌아간 마르탱은 가브리엘을 잊지 못해 괴로워하고 결국 자신의 전재산이나 마찬가지인 경비를 들여 비행기표를 구입, 가브리엘에게 뉴욕에서 만나자는 편지를 보낸다. 지정된 장소에서 하염없이 가브리엘을 기다리는 마르탱. 그러나 그녀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13년이 흘러 경찰이 된 마르탱은 OCBC(프랑스 문화재 밀거래 단속국)에서 일하게 되고, 그는 희대의 절도범 아키볼드를 잡기 위해 잠복 중이다. 지난 3년간 쫓은 아키볼드. 그는 항상 화가의 생일과 동일한 날짜에 작가들의 작품을 훔쳐왔다. 오르세 미술관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을 훔쳐 달아나는 아키볼트를 미행하던 마르탱은, 이번에야말로 그를 붙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아키볼트가 준비한 덫에 지나지 않았다. 결국 그를 쫓아 다시 샌프란시스코를 찾은 마르탱. 가브리엘과 재회하고 또 다시 운명같은 사랑을 나누지만, 그들의 앞길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다. 아키볼드 역시 가브리엘을 만나기 위한 준비를 끝마쳤다. 그에게 허락된 시간은 고작 3개월. 모든 진실을 알게 된 가브리엘은 과연 마르탱과 아키볼드 중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사랑하는 두 사람을 다시 찾게 되었다고 기뻐한 것도 잠시, 선택의 기로에 선 가브리엘의 고뇌가 깊어진다.

 

가브리엘은 왜 13년 전 마르탱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일까. 그녀를 그토록 고통스럽게 하는 과거는 무엇인가. 무엇이 마르탱을 고독에 몸부림치게 만들었는가. 아키볼트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이런 저런 수수께끼가 밝혀져가는 가운데, 이번 작품에서도 판타지같은 설정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유치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절대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하는 기적, 누구나 한 번쯤 원하게 되는 그런 일이 결말을 장식해 또 한 번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했다. 자신이든 타인이든 결국 인간을 구원하는 것은 사랑. 작가는 그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중간중간 웃음 터지는 번역이 등장해 즐거웠다. 예를 들면 ''사랑해'의 답을 3주씩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었다(p25)', '바로 여기서 네 엄마와 나는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었다. 아마도 네 엄마가 널 잉태한 장소가 여기이지 싶다-너무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p259)' 같은 문장들이 왜 그렇게 재미있던지. 조금 시대착오적인 발언도 눈에 띈다. '자네는 여자가 '싫다'고 표현할 때에는 좋지만 두렵다는 뜻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이해 못하지(p313)'를 읽으면서는 아주 그냥 깜짝 놀라고 말았다. 아저씨!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이런 발언을! 여자의 싫다는 말은 정말 '싫다'일 수도 있다고요! 단정짓지 말라고요! 이 작품이 프랑스에서 발표된 게 2009년인데 그 때는 프랑스에도 이런 인식이 퍼져 있었던 걸까.

 

반가운 인물도 눈에 보인다. 시리즈 도서로 처음 읽은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의 엘리엇 쿠퍼. 이 양반은 다른 작품에서도 나왔던 것 같은데, 여기저기서 많이 활약하신다. 그리고 마르탱의 성은 보몽인데 [구해줘]에 등장한 여주인공 줄리에트의 성도 '보몽'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가 있는 것은 아닐까 잠시 생각했지만, 작품 속 설명에 의하면 마르탱에게는 형제남매가 없는 것으로 보여 패스.

 

이런 저런 사항을 따지며 나름 꼼꼼하게 읽다보니 더 재미나게 읽은 것 같다. 항상 비슷한 내용인 것 같으면서도 매번 재미있게 읽는 기욤 뮈소의 작품들. 이 작가도 마성의 작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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