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 라일라를 잃고 노숙자로 전락하여 거리에서 생활하는 마크 해서웨이. 그는 전도유망한 신경정신과 의사였고, 아름답고 실력있는 바이올리니스트 아내인 니콜, 세상 무엇을 주어도 아깝지 않은 딸 라일라와 행복한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보모가 잠깐 한눈을 판 사이 쇼핑몰에서 사라져버린 딸. 그 딸을 잃은 이후 마크의 세상은 단번에 무너져내린 것이다. 라일라를 찾기 전에는 예전의 생활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는 마크. 그런 그에게 어느 날 니콜이 라일라를 찾았다면서 연락한다. 두려움과 설레임을 안고 라일라를 데리러 뉴욕으로 향하는 마크. 그런데 니콜은 그와 동행할 수 없다면서 자취를 감춰버리고 만다. 대체 그녀가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
마크에게는 평생의 친구이자 동료의사인 커너가 있었다. 마크가 노숙자 생활을 시작하면서 연락을 끊었지만 두 사람은 혈연으로 맺어진 형제보다 더 돈독한 사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의 아픈 상처로 인해 복수심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거룩한 것인지 경험으로 알고 있는 커너. 그 앞에 복수를 꿈꾸며 뉴욕의 밤거리를 헤매는 소녀 에비가 나타난다. 커너의 가방을 훔치다 걸린 것을 계기로 그와 식사를 하게 되고 결국 그의 명함까지 얻게 되지만 에비는 커너에게 도움을 구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등장인물인 앨리슨. 억만장자의 상속녀이지만 그녀는 마치 자신의 인생을 망치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한다. 그런 그녀가 저지른 만행들을 뒷수습하면서 슬픈 눈빛으로 앨리슨의 뒤를 지키는 아버지. 그 아버지가 알츠하이머를 앓다가 엽총을 쏘아 자살했다. 충격에 빠진 앨리슨. 그녀와 마크, 라일라, 그리고 에비가 한 비행기에 탑승한다. 이어지는 기묘한 인연과 각자의 사정을 서로에게 털어놓는 사람들. 예상치 못한 결말이 그들과 독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크를 만난 라일라가 니콜에 관해 묘한 말을 던진 덕분에 요상한 상상을 하고 말았지만, 결국 내가 생각한 것과는 거리가 먼 마지막이었다.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할 수 있나-하는 생각과 함께 실제로 벌어질 수 있다면 무척 대단한 일일 것이라며 혀를 내두름. 마크와 니콜에게 일어난 일이 나에게도 일어난다면 나도 견디기 무척 힘들었을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팠고, 에비가 후회하고 있는 일의 감정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아서 역시 안타까웠고, 앨리슨은 비록 방탕한 상속녀였지만 인간적으로 정이 가는 부분이 있는지라 또 불쌍했다. 너무 자세히 이야기하면 소설을 읽는 재미가 떨어질테니 세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나처럼 결말에서 깜짝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비록 고통과 아픔을 겪었지만 그것을 극복하고 보듬어주고 치료해나가는 이야기. 기욤 뮈소의 작품들은 어쩐 일인지 늘 따뜻한 크리스마스를 떠올리게 만든다. 이 작품 또한. 자, 또 어떤 이야기로 나를 놀라게 만들어줄 것인지, 리딩투데이의 다음 도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