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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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로 아들 대니를 잃은 티나 에번스. 대니의 상태가 너무 처참해서 보기를 권하지 않는다는 장의사의 말에 그녀는 시신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아들을 땅에 묻었다. 한동안 깊은 슬픔과 절망에 빠져 지냈지만, 결국 일에 몰두하여 현재는 라스베이거스의 스트립(라스베이거스의 유명 호텔이 대부분 모여 있는 큰길)에서도 가장 크고 호려한 호텔에서 천만 달러 쇼의 안무가로 성공을 눈 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시작된 기이한 현상. 집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고 아들의 방에 놓여있는 이젤 칠판에 '죽지 않았어'라는 문구가 쓰인 것을 발견한다. 때때로 찾아오는 냉기와 그럴 때면 반복되는 '죽지 않았어'라는 메시지. 그리고 대니가 어딘가에 갇혀 있고 자신이 아들을 구하러 가지만 무언가에 의해 위협당하는 내용의 악몽들. 처음에는 아직 아들을 잃은 슬픔을 극복하지 못한 자신의 나약함 때문이라 자책하며 대니의 무덤을 발굴해보리라 결심하지만, 그 일을 계기로 생명에 위협을 당한 후 아들의 사고와 관련해 숨겨진 비밀이 있다는 것, 그리고 대니는 아직 살아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확신하며 어딘가에서 자신을 기다릴 아들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40년 전 '코로나19'를 예견한 소설이라며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딘 쿤츠의 [어둠의 눈]이 단독 한국어판으로 출간되었다. 오드 토머스를 주인공으로 한 [살인예언자]와 [위스퍼링 룸] 등 여러 작품으로 이미 작가의 이야기들을 접한 적이 있지만 현재 팬데믹이 된 '코로나19'를 예견했다니! 과연 어떤 내용이 펼쳐질 지 읽기 전부터 기대했던 작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어마무시 등장하고, 그런 재난 상황을 헤쳐나가는 내용은 아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좀비물 같은 느낌의 이야기일 거라 상상했는데, [어둠의 눈]에서 바이러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보다 작다고 할까. 바이러스와 관련된 내용, 사건의 전말은 작품을 한 1/10 정도 남겨둔 상태에서 드러나니 처음부터 엄청난 재난상황에 대한 소설이라 생각하고 읽기 시작하면 조금 김이 샐지도 모르겠다.

 

40년 전 소설이라 그런지 작품의 설정이 조금 유치하고 진부하기도 하다. 방탕한 남편과 이혼하고 아들까지 사고로 잃은 주인공, 성공이 보장된 쇼케이스에서 만난 유능하고 매력적인 변호사 엘리엇, 생명의 위협, 과거 정부 기관에서 일했던 엘리엇의 도움으로 위기상황을 극복하고 함께 대니를 구출하러 떠나는 커플, 어김없이 발생(?)되는 사랑. 게다가 예상하지 못했던 초자연적인 현상의 등장으로 약간 산만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집중해서 읽게 되는 까닭은, 역시 나 또한 엄마여서인지 그 어떤 말도 안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단지 아들이 살아있다는 느낌 하나만 가지고도 아들을 구하러 떠나는 티나의 마음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티나였다 해도, 자그마한 징조 하나만 있어도 지체없이 대니를 구하러 떠났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티나가 정말 아무 재주 없이, 그저 고난을 피하지 않고 정면에서 맞닥뜨려 돌파하려는 강인한 여성으로 그려지고 그런 그녀에게 난데없이 빠져드는 엘리엇의 모습에는 닭살이 돋고 말았지만, 뭐 아무렴 어떠랴. 자기들이 좋다는데.

 

밝혀진 진실 앞에서는 정말 치를 떨 수밖에 없다. 스포가 되므로 자세히 말은 못하겠지만 어떻게 그런 일을 벌일 수 있는지, 내가 평범한 사람이라 그런 것인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열두 번 죽었다 깨어나면 이해하게 될까. 그런데 그런 일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것 자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일 아닐까. 이쯤에서 현실 속 '코로나19'와 관련된 진실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이 바이러스는 어떻게 생겨난 것인가, 그 배후에 정말 모종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는 것인가. 상상만으로도 오싹하다.

 

약간 유치하고 촌스러운(?) 설정이었지만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속도감있고 재미있게 읽었다. 부디 현실은 소설보다 덜 잔인하고 덜 비극적이기를. 어서 빨리 이 사태가 종식되어 한때는 지루하다고까지 생각했던 평범하고 소중한 생활을 다시 영위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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