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4 - 이카로스 최후의 도약, 완결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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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강해진 만큼 통쾌함과 짜릿함도 강해졌다]

 

 

도쿄중앙은행 본사 영업 2부로 복귀하게 된 한자와 나오키는 은행장의 지시로 경영 위기에 몰린 TK항공의 재건 계획을 맡는다. 안일하게 생각하는 TK항공 경영진에 맞서 항공사의 회생에 집중한 한자와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제시하고, 여전히 정부의 지원만 믿고 있는 TK항공의 반발을 산다. 한편 총선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전 정권과의 차별화를 목표로 하는 진정당의 신임 국토교통성 대신 시라이 아키코가 한자와의 재건안을 전면 백지화하며 새로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TK항공은 정치적 도구로 전락한다. 악명 높은 기업 회생 전문 변호사 노하라 쇼타가 주도하는 태스크포스는 각 은행들에게 TK항공의 채권 포기를 강요하는데, 여기에 은행의 파벌 싸움과 은폐되었던 부정 대출이 엮이면서 은행이 500억 엔 이상의 채권을 포기하게 될 궁지에 몰린다. 그러나 한자와 나오키가 누구인가! 상대가 누구이든 정론을 밀어붙이고, 당하면 당하는대로가 아닌 2배로 갚아주는 이 사나이는 이번에도 원칙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계속한다.

 

 

금융권 관련 소설이라 하여 처음에는 조금 멀리 했었던 [한자와 나오키]. 소설보다 일본 드라마로 먼저 접해 어떤 내용이다-라는 것은 대충 감을 잡고 있었지만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한자와 나오키 3 : 잃어버린 세대의 역습]과 함께 2020년 4월에 방영되는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 시즌 2의 원작으로 독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이번 작품은 시리즈의 마지막으로서 제대로 된 유종의 미를 거둔다. 상대가 누구이든 절대로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고 원칙에 따라 '제대로' 일을 처리하는 그 앞에 나타난 최강의 적. 초반에는 시라이 아키코를 얼굴 마담으로 내세운 진정당의 미노베와 도쿄중앙은행의 상무 기모토, 악덕 변호사 노하라와 금융청의 구리하라(무슨 사과가 그리 받고 싶은지 시종일관 '사과하세요!'라는 말만)에게 사정없이 짓밟히는 한자와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가득했지만 덕분에 '커다란 한 방'을 노리는 기대감이 더욱 증폭되었다. 그리고 예상했던 것보다 더 강력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이 줄거리라니! 책을 잡은 순간 멈출 수 없는 속도감과 긴장감, 통쾌함으로 앉은 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고 말았다!

원래 대의에 따르기보다 거역하는 편이 훨씬 어려운 법이지. 하지만 합리적이고 올바른 결론을 이끌어내는 게 우리의 일이야. 만약 임원들이 의도적으로 잘못된 결론을 내린다면, 그건 우리의 존재를 부정하는 일이지. 윗선에 잘 보이기 위해 결론을 왜곡할 수는 없어.

p228

한자와 나오키는 현실에서 보기 드문, 매우 이상적인 인물이다. 그가 고집하는 정론과 원칙에 대해 대다수의 독자도 공감하고 그렇게 살기를 희망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세상의 바람에 그냥 휘말리고, '한 번쯤'이라는 말로 자신을 위안하며 옳지 못한 대의에 따르는 순간을 맞이한다. 한자와와 대척점에 서 있는 것은 기모토, 그의 수하 소네자키, 그리고 진정당의 시라이와 미노베다. 그들은 우리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우리의 적나라하게 노출된 얼굴이고, 한자와는 그런 우리의 얼굴을 '부끄럽게' 생각하게 만드는 양심같은 존재다. 한자와와 같은 삶을 지향하지만 현실에서 그렇게 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자괴감, 그와 같은 삶을 한 번 살아보겠다는 불타는 의지 등이 불의에 대항하여 2배로 갚아주는 한자와의 모습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밖에 없게 하는 이유다. 이런 통쾌함과 짜릿함이라니!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재미있었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와 [일곱 개의 회의]를 통해 이제는 완전히 그의 팬이 되었다. 제145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변두리 로켓] 시리즈도 조만간 출간될 예정이라는데, 이 작품에서는 정론을 무시하고 눈앞의 이익만을 우선시하는 '적'들을 어떤 방법으로 가차없이 응징해줄 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최고의 엔터테인먼트 작가로 자리매김한 이케이도 준. 이제는 그의 작품을 의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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