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너를 생각해 아르테 미스터리 2
후지마루 지음, 김수지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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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다고 자부하는 호조 시즈쿠이지만 그녀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남다르다. 프롤로그에 적힌 그녀의 자기소개 글을 읽다보면, 아하, 이 소녀는 세상에 불평불만이 많기도 하지만 이렇게 온몸 가득 날을 세우고 있는 것을 보면 무언가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외롭기도 한 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은 사토리 세대(오랜 불황 속에서 자라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고 그에 적응하는 세대로 1980년대 후반 이후 태어난 젊은 층)로, 독립적이고 개인적인 생활을 중시하며, 남을 돕는 것에는 전혀 관심없다고 말하는 시즈쿠. 그런 그녀에게는 한 가지 비밀이 있다. 바로 헤이세이 시대(1989년 1월 8일-2019년 4월 30일) 마지막 마녀라는 것. 시즈쿠에게 전해진 마녀의 피와 마도구는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 세대를 뛰어넘어 전수된다.

 

요즘같은 시대에는 마녀도, 마법도 필요없다고 생각하며 생활하는 시즈쿠에게 10년 전 홀연히 자취를 감췄던 소타가 갑자기 나타난다. 그는 시즈쿠가 어렸을 적 할머니 집에서 생활할 때 알게 된 소년으로, 자신이 마녀라는 사실을 털어놓은 유일한 상대. 저마다 고유한 능력이 있는 마도구들을 사용해 세상과 사람들을 돕는 것이 마녀의 사명이라는 것을 알게된 시즈쿠에게, 소타는 그 마녀의 사명을 완수하도록 돕겠다고 약속했었다. 하지만 사랑하는 할머니가 예상치 못한 재해로 안타깝게 돌아가신 그 날, 소타 또한 모습을 감추었고 그 후 10년 동안 시즈쿠는 세상과 소타를 원망하며 평범함을 가장한 채 살아왔던 것이다. 그런 시즈쿠에게 자신이 첫 번째 의뢰인이 되어주겠다는 소타. 소타의 소원은 간사이에 있는, 자신들이 자랐던 그 산으로 데려다달라는 것. 소타는 왜 그 산으로 가자고 한 것일까. 그리고 사라졌던 1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과연 시즈쿠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멋진 마녀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인가.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으로 잊지 못할 감성 미스터리를 선물한 작가 후지마루의 신작 [가끔 너를 생각해]. 출간된 작품 수도 많지 않고 이름이나 수상 이력 외의 작가의 자세한 사항은 알려져 있지 않다. 정보가 부족했기에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을 처음 읽을 때만 해도 가벼운 라이트노벨이겠거니 했지만, 이 작품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쯤에는 벅차오르는 감동과 슬픔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어서 빨리 다음 작품을 만나보고 싶었는데, 약 1년 만에 찾아온 신간이라니! 이번 작품도 마녀와 마법이라는 소재를 사용해 다소 유치하지만, 작가 특유의 허를 찌르는 묵직한 감동을 선사해주는 이야기다.

 

시즈쿠가 마녀의 사명을 다하도록 돕기 위해 인터넷에 고민을 상담해준다는 게시글을 올리는 소타와 그런 소타에게 펄펄 뛰며 화를 내는 시즈쿠. 그런데 이런 게시글에 끌려 고민을 털어놓는 이가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무심한 듯, 냉정한 듯 하면서도 결국 진심을 다해 그들을 돕게 된다. 마법으로 시작했지만 작은 기적을 가능하게 한 것은 결국에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 그리고 바보처럼 웃으면서 시즈쿠의 구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굳건하게 그녀의 곁을 지키는 소타의 정체에 대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중간에 소타가 누구인지 눈치를 채버려, 그들의 인연이 어쩌면 순탄치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그들의 인연은 그보다 더 깊고도 무거운 것.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 을 읽었을 때와 같은, 가슴 아프면서도 찬란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감성적인 표지와 그에 어울리는 멋진 이야기! 이 후지마루라는 작가에 대해 더 알고 싶다! 앞으로 나올 작품들, 미리 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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