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고르는 여자들 미드나잇 스릴러
레슬리 피어스 지음, 도현승 옮김 / 나무의철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1964년 영국. 법률사무소에서 비서로 일어하는 케이티 스피드. 그녀의 직장에서 두 건물 떨어진 곳에는 '글로리아네 드레스'가 있다. 케이티의 엄마 힐다는 드레스 가게의 주인이며 매력 넘치는 이혼녀인 글로리아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지만, 케이티에게 그녀는 동경의 대상이다. 고민에 대해 긍정적인 조언을 해주기도 해서 글로리아는 케이티에게 벡스힐을 떠나 런던으로 갈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그런 글로이아의 집은 케이티의 집과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는데 그녀의 집 앞에 검은색 험버가 서 있을 때가 있었다. 글로리아의 집에 차로 손님들을 데려오는 작은 키에 회색 머리를 한 중년 여자, 그리고 험버에서 내리는 젊고, 추레하고, 얼굴에 상처가 있는 또 다른 여자들.

 

해는 넘어가 1965년 1월, 글로리아의 집에 불이 나 그녀와 그녀의 둘째 딸이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케이티가 런던으로 직장과 집을 알아보러 다녀온 사이 용의자로 체포된 케이티의 아버지 앨버트. 케이티는 절대 그럴 리 없다며 호소하지만, 힐다마저 앨버트가 글로리아와 불륜 사이였다며 남편을 비난한다. 감옥에 있는 아버지로부터 글로리아가 가정 폭력을 당하던 여성들을 돕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케이티는 범인이 그 여성들의 남편 중 한 명이 아닐까 의심하고, 험버를 통해 젊은 여성들을 데려다주던 중년 여인 에드나에게 경찰서에 가서 그녀들이 하던 일에 대해 증언해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두려움에 휩싸인 에드나. 에드나와 글로리아조차 가정폭력의 피해자들이었으며, 다른 피해자들을 돕고 있었고, 항상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찬 생활을 해야하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경찰서에 가지는 못하지만 케이티에게 자신들이 돕던 여성들의 명부가 적힌 노트를 전달한 에드나도 의문의 사고를 당하고 만다.

 

아버지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명부에 적힌 여성들의 집을 찾아다니면서 에드나를 덮친 차량을 수색하던 케이티. 그런 그녀의 눈 앞에 용의 차량이 발견되고, 한편 범인 또한 케이티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 그녀를 납치, 감금해버린다. 아무도 그녀의 실종을 눈치채지 못하던 때, 케이티가 런던에서 구한 직장에서 만난 변호사 찰스가 예전 그녀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리며 케이티가 위험에 처해있음을 직감한다. 한 쪽에서는 찰스와 케이티의 친구 질리가 그녀를 찾아다니고, 또 다른 한 쪽에서는 케이티가 범인에게 대항하는 모습이 긴박하게 그려진다.

 

남편에게 학대당하고 신고해도 가정에서의 일이라며 모른 척 했던 경찰들.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던 여성들. 그녀들의 남편 대부분은 사회적으로 지위도 있었고, 경제적으로 부유했다. 단지 식사 시간이 5분 늦었다는 이유로, 셔츠가 다림질 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자신들을 폭행했던 남편들로부터 도망친 여자들은, 누구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었다. 남편들이 자식들에게까지 손을 대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도망칠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나 역시 아이들이 있다보니 여성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올드한 분위기 속에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흑백영화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써온 여성들의 이야기. 범인에게 잡혀 사투를 벌이는 케이티가 부디 살아남기를 바랐고, 후에 밝혀진 힐다의 비밀에는 그만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어둠을 빠져나온 이들은 강해진다. 그리고 이어지는 선행과 봉사. 그런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을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찡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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