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 출간 70주년 기념 갈리마르 에디션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정장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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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적어놓고보니 무슨 책 판매하는 사람 같다. 하지만 이 책을 받아들어 실물을 영접했을 때부터의 솔직한 감상이다. 어린 왕자의 팬이라면 무엇을 망설이는가. 주저할 시간이 없다. 무려 출간 70주년 기념 갈리마르 에디션이라니, 내 나이의 거의 두 배나 되는 그 긴 시간동안 사랑받아온 작품의 특별판이다.



어린 왕자의 탄생부터 미출간된 한 장, 초반본, 어린 왕자의 친구들, 어린 왕자와 관련된 데생과 수채화, 어린 왕자 본문, 어린 왕자가 담고 있는 테마들과 신화, 어린 왕자 나는 이렇게 읽었다까지 그야말로 '어린 왕자'와 관련된 모든 것이 총망라되어 있다고 보면 되겠다. 작가인 생텍쥐페리는 프랑스 사람이지만 <어린 왕자> 초판은 1943년 4월 6일, 미국 뉴욕의 레이널&히치콕에서 출간되었다. 프랑스에서 하드커버로 출간된 것은 그 후 3년이 지난 1946년 4월로, 프랑스에서 출간되었을 때는 작가가 죽고 없어서 사후 유작 형식이었다고 한다. 작가가 프랑스 사람인데도 외국에서 초판이 나온 이유는 2차 세계대전 때문이었다. 작가가 비행 조종사로서 전투에 직접 참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생텍쥐페리의 소설 대부분이 프랑스를 벗어난 다른 나라에서 쓰여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어린 왕자>는 작가가 뉴욕에 머물 당시 깊은 고독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완성한 작품으로 그의 창작 활동에서 보기 드문 일이 아니었다고 전해진다.



책에는 작가를 추억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회고 형식으로 담겨있기도 하다. 그의 아내, 친구, 친구의 아내, 작가가 미국에 머물 당시의 여자친구, 영화감독에 기자,비밀을 털어놓을 수 있었던 친구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작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이제야 어렴풋이 윤곽이 잡히는 것 같다. 그들 모두, 각각의 위치에서 <어린 왕자>의 탄생을 직접적, 간접적으로 지켜보았다. 생텍쥐페리의 첫 초고와 데생들이 실린 부분은 아련한 향수마저 느껴진다. 그가 이 작품에 가지고 있던 애정과 어른을 위해 동화라는 형식을 고민한 작가의 흔적이 엿보인다. 그리고 등장하는 <어린 왕자> 본문. 읽을 때마다 새롭고, 읽을 때마다 온 마음을 다해 읽게 되는데 신기한 것은 이 작품에 담긴 메시지가, 읽을 때마다 다르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어느 때는 어린 왕자에게 집중하게 되고, 어느 때는 여우에게, 어느 때는 장미의 눈으로 이야기를 읽기도 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어린 왕자>를 읽고 느낀 리뷰가 여러 편 실려 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 감독인 미야자키 하야오의 글도 보인다.



1944년 7월 31일 지중해 근처에서 정찰업무를 보던 중 행방불명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를 처음 읽고나서 작가의 사정을 들었을 때, 나는 그가 죽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로 어쩐지 그는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서 그만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70년이라니. 그는 여전히 그 때 그 모습 그대로일까-라는 생뚱맞은 의문을 떠올려보면서, 요 책은 고이 소장하련다. 잘 모셔두었다가 우리 곰돌이들에게도 물려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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