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퍼링 룸 스토리콜렉터 80
딘 쿤츠 지음, 유소영 옮김 / 북로드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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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념과 윤리를 다루는 품격있는 스릴러]

 

존경받던 교사가 자신을 포함해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테러를 계획한다. 일을 벌이기 전, 코라, 그녀를 몇 번인가 방문한 의문의 인물. 낯선 사람, 거의 침입자라고 불러도 좋을 이 남자가 말하는 '나하고 만주놀이 하지'라는 말에 그녀는 스스럼없이 그와 마주했다. 언젠가부터 매일 불이 나오는 꿈을 꾸는 그녀에게 남자는 내일이 중요한 날이라는 것을 상기시키고, 아침에 일어나면 그녀가 무엇을 하게 될 지 알게 될 것이라는 말을 남긴다. 그리고 다음 날, 자신이 무엇을 하게 될 지 막연히 알고 있는 코라는 본능적으로 사랑하는 개 딕시를 집에 남겨두고 자신의 차에서 피어오르는 불길과 함께 호텔로 돌진한다. 학생들을 사랑했고 좋은 평가를 받았던 코라가 아무 이유없이 그런 행동을 했을 리 없다고 생각한 보안관 루서 틸먼은 그녀의 집안을 조사하다가 비밀스러운 단어들이 숨겨진 일기장을 발견하고, 코라의 행동이 아이언 퍼니스에 다녀온 뒤부터 조금 이상했다는 학교 교장의 말에 따라 그 곳으로 향한다.

 

한편 전편인 [사일런스 코너]에서 남편 닉의 죽음 뒤에 숨겨진 음모를 쫓다 FBI 불량요원이자 수배범이 된 제인 호크. 사랑하는 아들 트래비스를 강간하고 죽이겠다는 협박을 피하기 위해 친구 부부에게 아들을 맡긴 뒤 배후세력을 파헤치고 있다. 나노테크놀로지로 인류의 뇌를 통제하려는 소시오패스 엘리트 집단에 한발한발 다가가는 길에 아이언 퍼니스에서 마주친 제인과 루서. 한 마을을 통째로 실험 대상으로 만들어버린 데이비드 제임스 마이클과 그와 연합하는 세력들에 맞서 그들의 계획을 말살시킬 수 있을까. 매년 위험인물 8천 4백 명을 제거하면 모두 평화롭게 조화를 이루는 완벽한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 세상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을 죽인다는 가면 아래 숨겨진 추악한 욕망들. 그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는 고독한 세상에서 제인 호크의 반격이 시작된다.

 

'스티븐 킹이 소설계의 롤링 스톤즈라면 그는 비틀스다!'라는 극찬을 받는 작가 딘 쿤츠의 <제인 호크 시리즈> 2편인 [위스퍼링 룸]. 이번 이야기에서는 남편 닉의 죽음 뒤에 가려진 음모를 쫓는 제인의 두렵고도 강인한 여정이 그려진다. 목표를 쫓아 계획을 세우는 치밀함, 상대를 몰아붙이는 논리와 단호함, 필요한 경우에는 범죄 집단의 일원을 처단하는 데 망설이지 않는 과감함까지. 그녀를 행동하게 하는 것은 오직 하나, 아들 트래비스를 지키기 위함이다. 비록 자기 코가 석자인 상황이지만 곤경에 처한 사람들을 모른 척하지 않는 다정함과 따스함까지 겸비한 제인 호크의 모습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여러 전사들을 방불케한다.

 

나노테크놀로지 등과 같은 소재의 작품들에 별로 흥미가 없어 [사일런트 코너]는 읽지 않았는데 앞편을 읽지 않아도 충분히 [위스퍼링 룸]을 즐길 수 있다. 오히려 이 시리즈에 대한 흥미가 더 커져 [사일런트 코너]를 당장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거의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에는 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제인 호크의 여정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부디 그녀가 가는 길이 너무 외롭지 않기를. 그녀에게 남은 소중한 이들이 더는 다치지 않고 악의 세력을 처단하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기를 작가님에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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