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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고양이 카페 - 손님은 고양이입니다
다카하시 유타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27세에 계약직으로 일하던 출판사에서 정리해고 당하고 그나마 받던 실업수당도 조만간 끊겨 거리로 쫓겨나게 생긴 마시타 구루미. 잠시 산책길에 나섰다가 거센 비를 만나고, 이 와중에 강가에서 택배상자 안에 버려진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구출한다. 오들오들 떨고 있는 한 사람과 한 냥이를 발견하고 자신의 카페에 와서 몸을 말릴 것을 권유하는 구로키 하나씨. 남편과 둘이 운영했었지만 그 남편이 죽고나서는 마음 내킬 때만 문을 연다는 카페는, 마치 고전 프랑스 영화에 나올 법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마침 눈에 들어오는 점장 모집 문구. 곧 아들 내외에게 아이가 태어나서 아기도 돌봐줄 겸 함께 살기로 했기 때문에 대신 카페를 운영할 점장을 모집한다는 이야기에 구루미의 마음에 한 줄기 희망의 불꽃이 피어오른다. 다음 날 용기 내어 다시 카페를 찾은 구루미 앞에 엄청난 미남자가 카페의 점장이라며 자기소개를 하는데, 갑자기 '나의 집사가 되어줘, 고양이 목걸이를 원해, 사육당하고 있다는 증표를 원해'같은 원인불명의 말을 꺼낸다. 알고보니 이 남자, 전날 구루미가 강가에서 구출해낸 바로 그 검은 고양이다!
해가 지면 사람으로 변하는 고양이 구로키 포. 하지만 피부에 사람의 몸이 닿으면 바로 고양이로 돌아가기 때문에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금물이다. 하나씨를 어떻게 구슬려 놓았는지 두 사람은 이미 연인 사이로 둔갑, 둘이 함께 힘을 합쳐 카페 매상을 올릴 것을 결심한다. 그런데 기다리는 손님은 오지 않고, 정작 찾아온 손님들은 사람으로 변신한 다른 고양이들! 미소년(고양이)인 마게타와 거친 사나이의 매력을 풍기는 러시아(고양이) 남자 유리. 각자의 사연을 안고 카페를 찾은 매력적인 고양이들과 함께 과연 구루미는 이 가게를 지켜낼 수 있을까.
해가 지면 사람으로 변신하는 고양이라니! 게다가 사람이 되면 무조건 알몸이다. 그들은 자각하지 못하고 부끄러움은 온전히 구루미의 몫. 원래 주인이 스토킹을 당하기 때문에 위험한 상황에 처하고 싶지 않으니 자신의 집사가 되어달라는 마게타나, 주인인 유미씨가 주는 밥을 절대 먹지 않으려 하는 유리나, 갑자기 나타나 고양이 목걸이를 원한다고 시크하게 말하는 포나, 고양이에게는 고양이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다. 당장 자기 한 몸 건사하기 힘든 부족한 구루미지만 고양이들과 어울리며 있는 힘껏 도움이 되고 싶어하는 그녀의 모습은 훈훈하게 다가오고, 시크한 미남자로 변신한 포와의 미묘한 분위기에 은근 로맨스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포는 사람이 아니라 고양이이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인 것인가!
마게타나 유리와 달리 포의 사정이 자세히 언급되어 있지 않아 그에게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지 궁금하다. 속편이 나올 것 같은 예감. 마치 한 편의 따스한 만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의 소설. 카페를 지키는 구루미와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또 듣고 싶다.